납북자들, 전직 대통령들 납북자 문제 해결 소홀


2006.02.07

납북자 가족들은 7일 남한 전직 대통령 앞으로 재임시절 납북자 문제 해결을 소홀히 했다는 내용의 비난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가족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과 납북자 가족 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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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가족들이 남한 전직 대통령에게 보내는 비난 서한을 들고 있다. - RFA PHOTO/이수경

이날 모인 납북자 가족 약 20여명은 서울 잠실 우체국에서 발송한 이 서한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고 재산을 지키는 일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인데도 전직 대통령들이 납북 피해자들을 연좌제와 인권유린의 고통에 빠뜨렸다면서 납북자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성룡 납북자 가족 모임의 최성룡 대표의 말입니다.

최성룡: 과거 정권을 잡으셨던 분들이 납북자들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우리 납북자들을 감시하고 고문을 하고 그랬습니다. 현 정권도 많은 잘못이 있지만 과거 정권도 많은 잘못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이어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시절 북한과 비밀협상을 통해 확보된 정보가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며 오는 2월 21일까지 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납북자 가족 허용근씨의 말입니다.

허용근: 저는 납북자 허용호 허종수 동생 허용근입니다. 저희 가족은 30년 전에 납북됐습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너무 무관심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납북자 가족의 실태 파악과 정확한 조사를 해서 그동안 연좌제등 감시와 소외된 납북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셨음 합니다.

지난 70년대에 남편이 통영읍 공무원으로 해상에서 공무 집행 중 납북 당했다는 김필순 할머니는 남한 정부는 나라를 위해 일하다 납북된 남편에 대해 보상은 커녕 생사확인 조차 해주지 않는다며 원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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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순: 남편이 통영읍 기관장이였는데 보상하나 한해주고 돈 십원 없이 살았습니다. 집에 시 할머님도 계시고 치매걸린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못 죽어서 살았습니다. 안 해 본 것이 없습니다. 남에 집에 가서 품팔이도 해봤습니다.

역시 남편이 배를 타다 납북 당했다는 양정자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가장이던 남편을 잃고 4남매와 시부모님을 혼자 부양하느라 온갖 고생을 다 했다면서, 납북자 가족들은 모두 분단의 희생자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양정자: 억울하고 분하고. 생사 확인이라도 해주지. 그리고 가족들 이렇게 먹고 살기도 힘들고 새끼들 공부도 못시키고 나는 딸은 국민학교도 못 시켰어. 내가 딸 3중에 하나를 양딸로 줘 버리고 이렇게 사는 내 심정이 어떻겠나.

또 1965년 고기잡이 배를 타다 북한에 잡혀간 뒤 목숨을 건 탈출 끝에 2001년 남한에 귀환한 납북자 진정팔씨는 그토록 그리던 고향이었지만 남은 것은 병든 몸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요즘 지팡이가 없으면 걷지도 못하는 상태지만 탈북자와 동일하게 지급되는 정착금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한번 받기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진정팔: 우리를 탈북자와 함께 취급하는 것은 귀환 납북자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합니다. 골병들어서 남한 왔는데 정착 지원금은 병치료 하는데 다 쓰고 지금은 먹고 살기가 힘들죠. 오늘도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데 창피해서 안가지고 왔습니다.

이날 모인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에 대한 정부의 해결노력과 남은 가족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한목소리로 요구했습니다. 한편 남한 정부는 납북자 가족에게 생활비와 의료보장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납북자 지원 특별법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지원내용에는 납북자들의 소재파악과 생사확인 서신 교환, 그리고 상봉추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전쟁이후 납북자는 총 485명이며 남한에 사는 이들의 가족은 약 2-3천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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