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등 약 400여만 명 이상이 학살된 아우슈비츠(Auschwitz) 수용소가 27일로 해방 60주년을 맞았습니다. 1940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 설치돼 가스실 학살과 생체실험을 자행하던 이 수용소는 1945년 1월 당시 연합군 일원인 소련군에 의해 폐쇄됐습니다. 27일 아우슈비츠 현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악한 행위는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만 400만 명 희생
독일 나치정권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 전역에 2천500여개의 수용소에 600여만 명을 끌고 가 가스실에서 처형하거나 질병과 배고픔으로 죽게 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유대인이었습니다. 특히 유럽 폴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이었던 아우슈비츠의 강제수용소에서만 폴란드인, 러시아인, 유대인 등 약 400만 명이 희생됐습니다.
유럽 각지에서 끌려온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곳 수용소 내 공동 샤워실로 위장된 독가스실로 보내졌습니다. 이들이 입던 옷들은 군수공장의 강제노동자들에게 배급됐으며, 심지어 금, 은 등 보석류는 국립은행으로 보내졌습니다. 지난 45년 1월 마침내 연합군 일원인 소련군이 이곳을 해방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이곳엔 생존자 7천여 명과 함께 희생자의 잘려진 머리카락이 무려 7톤이 넘게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우슈비츠가 인간의 잔혹성과 악마성을 가장 끔찍하게 드러난 상징으로 변한 지 60년 만에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와 유가족, 관련 국가정상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용소 해방 60주년 기념식이 이날 열렸습니다.
20개국 정상 비롯 44개국 기념식 참가
세 시간 가량 계속된 이 기념식에는 당시 나치당, 즉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당수였던 독일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몰아내고 수용소에 해방군으로 왔던 옛 소련군 장병들 2,000여명도 주름살 가득한 백발노인이 되어 이곳에 초청받은 손님으로 왔다고 주요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딕 체니 (Dick Cheney) 미국 부통령,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크바니예프스키(Aleksander Kwasniewski) 폴란드대통령, 모셰 카차브(Moshe Katzav) 이스라엘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 (Horst Koehler) 독일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대통령과 토니 블레어(Tony Blair) 영국 총리 등 20개국 정상들과 37개국 정부 대표단도 이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주요외신들은 전했습니다.
기념식은 이날 오후 60여 년 전 이곳으로 유대인을 싣고 왔던 열차의 기적소리가 울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는 당시 수용소 안까지 이어진 철로를 통해 화물열차로 도착했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도착한 유대인들은 소수의 건장한 사람들만 선별된 뒤 나머지는 즉각 가스실로 보내졌습니다. 이어 저마다 가슴에 촛불을 든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묵념으로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개한 오지가 아니라 문명의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일
묵념에 이어 폴란드의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이스라엘의 카차프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습니다. 특히 수용소의 생존자 대표로 연단에 섰던 블라디슬라브 바르토체브스키(Vladislav Bartoszewski ) 전 폴란드 외무장관과 시몬느 베이유(Simone Veil) 전 프랑스 보건장관은 각각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인물들이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인근 크라코프시(Krakow)에서 열린 기념토론회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홀로코스트가 미개화 된 먼 오지가 아니라 문명화된 유럽의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면서 지금도 유사하게 되풀이되는 이러한 악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Gathered in this place, we are reminded that such man's cruelty did not happen in a far awry uncivilized corner of the world, but rather in the very heart of the civilized world."
학살 가담자의 범죄 잊어서는 안돼
체니 부통령은 또 이 수용소에서 고통당했던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꿈을 지녔고, 생존권을 가졌었으며, 아무도 그들을 해칠 권리가 없는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다고 상기시키면서, 인간을 가스로 죽이고 생체실험을 하는 등의 악에 대해 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ach, like you and me, was a child of God who wanted to live, who had every right to live, and who no man had a right to harm."
이어 노벨평화상 수상 작가이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유대인 엘리 위젤(Elie Wiesel) 씨는 현세대는 대학살에 대한 책임범위를 확대해야하며,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자들의 범죄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특별회의는 처음 있는 일
"We should broaden the scope of responsibility, surely not of guilt. I do not believe in collective guilt, but the guilty should be remembered for their guilt."
특히 아우슈비츠를 해방시킨 전 소련군 지휘관이었으며,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나톨리 샤리포 씨는 “지구상 모든 이들에게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던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단결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엔은 지난 24일 총회 중 아우슈비츠 해방을 기념하는 특별회의를 가졌습니다. 유엔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특별회의를 개최한 것은 유엔출범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