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북측에 북관대첩비 회담 제의

남한정부는 12일 100년 전 일본이 약탈한 북관대첩비를 일본으로부터 돌려받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당국 간 회담을 북측에 제의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되었던 남북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먼저 북관대첩비가 어떤 것인지 설명을 해 주시죠.

이원희 기자: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승전비로 조선시대 문화재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정문부 장군이 의병을 규합해 함경북도 경성과 길주에서 왜군을 격퇴 했는데 이를 기려 당시 함경도 북평사 최창대가 길주군 임명, 현 함경북도 김책시 임명동에 세운 비석입니다.

이 비석이 어떻게 일본에 가 있습니까?

이: 한 200년가량 함경도를 지키던 북관대첩비는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일본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면서 주민들을 협박해 일본으로 강탈해 갔습니다. 그리고 군국주의 상징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두었고 지금은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일본 측에 반환요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그렇습니다. 1978년 재일사학자 최서면 선생이 이를 최초로 발견해 정문부 장군의 후손이 한일 친선협의를 통해 반환을 요구했고 그 이듬해 외무부에서 일본정부에 반환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그 후에도 민간단체에서도 요구를 했지만 일본정부는 대첩비는 원래 북한에 있었고 민간종교법인 보유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 곤란하다는 식의 답변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 야스쿠니 신사 측이 남북 간 협의가 이루어져 정식으로 의뢰한다면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언제부터 남북이 함께 공조하기로 했습니까?

이: 지난해 11월 남북불교단체가 공조하기로 하면서 지난 3월엔 북관대첩비 민족운동중앙회 남측대표 한일 불교협회 회장 초산스님과 북측대표인 조선불교도 연맹 심상진 부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대첩비반환과 복원에 합의하고 합의문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일본정부는 남북이 합의를 한다면 반환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는데다 지난달 23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이해찬 남한 국무총리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이에 당국 간 북관대첩비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이번회담을 제의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담이 북핵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경색되었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그렇습니다. 현재 북 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때라고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말했습니다.

이봉조: 정부는 북핵문제 평화 해결을 위한 유리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차관은 남한 유홍준 문화재청장 명의로 북측 최익규 문화상에게 남북문화재 당국 간 회담을 5월중에 갖자고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유 청장은 회담 날자와 장소는 북측에서 지정하는 곳에서 하고 8.15광복절 이전에 북관대첩비 반환이 이루어지도록 늦어도 5월안에는 만날 것을 제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면 앞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의 발판이 될 수 있고 또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릴 민간차원의 6.15공동선언 5주년 행사가 있어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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