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올해 22살인 한국계 미국인인 캐롤 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의 북한 접경지대인 투먼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앞으로 북한에 학교를 세우고 북한의 교육 체제를 재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합니다. 정씨의 얘기를 이수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먼저 국경지역인 투먼에 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캐롤 정: 저는 국경지대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투먼에 온 목적이었습니다. 많은 조선족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남한으로 가고, 또 많은 북한 주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합니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서는 지속적으로 인구이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 사는 조선족과 탈북자들, 그리고 한족들이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국경지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 보고 싶습니다.
현재 투먼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정: 저는 투먼의 두만강기술전문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조선족의 자녀들이며 나이는 17에서 21살 정도입니다.
투먼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습니까?
정: 우선 모든 조선족들이 한국말과 중국말을 모두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들 가운데는 저처럼 한국말을 잘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리고 남한사람들은 보통 미국에서 왔다고 하면 반갑다고 하면서 환영해 주는데, 조선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을 나가본 경험이 있는 조선족은 매우 드물고, 그들에게 외국은 대부분 남한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중국에서 사는 것을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학생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정: 많은 학생들이 정상적인 가정에서 교육 받지 못했습니다. 한쪽 부모가 없거나 아니면 혼자 지내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왜냐면 부모들이 돈을 벌기위해 남한에 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부모가 남한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제가 가르치고 있는 기술학교 학생들은 모두 인문 고등학교에 갈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입니다.
중국의 교육 제도는 어느 대학, 어느 과를 전공했나에 따라 그 사람의 평생 직업이 결정되기 때문에, 제가 가르치는 조선족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정: 옌지에는 많은 탈북자들이 살고 있고 또 투먼에도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직접 탈북자를 만나 본적은 없습니다. 저는 아직 누가 탈북자고 누가 조선족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백인 친구들 얘기에 의하면 가끔 길거리에서 탈북자들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는 중국인이나 남한인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들이 제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족이나 한족들은 탈북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 조선족들은 탈북자들에 대해 같은 동포로써 불쌍하다는 동정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곳 국경지역에서 일부 탈북자들에 의한 절도나 강도 같은 범죄가 잦아지면서 점차 탈북자들에 대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탈북자들을 돕는 조선족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단지 살기위해 국경을 넘는데 일부 탈북자들의 잘못된 행위들에 의해 전체 탈북자들이 욕을 먹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생활하시면서 그동안 가장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면?
정: 한번은 같이 일하던 선생님 한 분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돼서 동료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집들이 모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공안들이 아파트로 와서 왜 모였느냐고 묻더니,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어떤 모임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종교적인 모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모두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3시간 만에서야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왜 외국인들은 모임을 가질 수 없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화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국경지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많습니까?
정: 우리 학교만 해도 6명의 미국인이 일하고 있고 다른 학교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옌지에는 투먼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사는데, 그들이 이곳에 온 근본적인 목적은 모두 북한 주민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겉으로는 영어 선생님이지만, 제 마음속에는 기회가 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우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정: 언젠가는 반드시 북한에 학교를 짓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교육 체제를 정립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됐기 때문에 발전하려면 체제 재정립을 위한 외부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학생들에게 교육과 책임감, 그리고 올바른 직업관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제 미래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