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리포트] 러시아의 경제, 사회적 변화

자본주의로 탈바꿈한 러시아의 최근 경제, 사회적 변화상에 대해 최근 러시아 현지를 직접 방문한 이호림 기자와 알아봅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지도 오래건만, 3년 반 만에 다시 찾은 러시아에는 아직도 그때의 관료주의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오히려 국제 테러리즘의 여파로 인해 입국 절차는 더 엄격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국경을 통과하더라도 여권과 짐 검사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기차역에 장시간 정차하면서 검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국경 수비대원은 가져온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열차 객실 내 창문의 일부를 뜯어보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러시아에서 빈번하고 있는 테러 활동으로 인해 취해진 조치라고 생각되지만, 너무 과도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경을 통과한 뒤 저는 러시아 제 2의 도시 쌍트 뻬쩨르부르크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시에 도착한 뒤 만난 러시아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된 변화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남한에서처럼 휴대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3년 반 전만해도 휴대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휴대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2개 또는 3개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구 소련이 붕괴하고 나서 러시아에서는 통신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1993년에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국제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전화를 걸어서 사전 예약을 했어야 했고, 통화 품질 또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휴대 전화기 사용자는 찾아볼 수 가 없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도 개인이 집에 유선 전화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휴대 전화기 사용자가 급증한 지금, 통신 사정은 급격히 나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남한과는 달리 선불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가 미리 일정 금액을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충전한 후, 그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충전한 금액이 다 소모되면 다시 일정 금액을 충전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이때 충전을 위해 러시아에서는 보통 가게에서 파는 휴대전화용 충전 카드를 이용합니다. 휴대전화기 사용자는 돈을 주고 이 카드를 구입한 후, 카드에 있는 여러 가지 숫자로 된 정보를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입력한 후 휴대전화를 사용합니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미리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고 사용한 금액만큼 지불하는 후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휴대전화기 시장 규모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데, 지난 7월 1일부터는 시내에서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경우 지불했던 요금이 폐지됨으로써, 휴대전화 판매 또한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둘째로 제가 보았던 놀라운 변화는 러시아 대도시에서의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러시아에는 남한과는 달리 전세라는 개념이 없고 매매 또는 월세라는 개념만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전세란 집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살기 위하여 일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전부 지불하고 난 뒤, 그 집을 떠날 때 지불한 전액을 다시 돌려 받는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월세란 매월 일정 금액을 집 주인에게 지불하는 것이지요. 쌍트 베쩨르부르크의 경우 3년 반 전만 해도 방 2개를 월세로 지불할 경우 미화 200달러면 충분했으나 지금은 최하 500~6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 매매 가격도 급격히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집의 외관 상태나 내부 수리 상태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2배 이상 오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러시아에서 주택이나 생활비가 가장 비싼 곳은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입니다.

셋째로 러시아에도 남한과 같은 초대형 매장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3년 반 전에도 대형 매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가서 본 매장보다는 규모가 훨씬 적었습니다. 저는 스웨덴 가구 업체인 ‘Ikea’에서 세운 대형 가구 매장을 가보았는데, 그 규모가 남한이나 미국에 있는 대형 상점과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이곳에는 남한이나 미국에서처럼 대형 식당, 주차장, 탁아시설 등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으면서, 중산층 이상의 많은 러시아인들과 외국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경우 두 곳, 쌍트 뻬쩨르부르크에는 한 곳의 ‘Ikea’ 매장이 있습니다. 쌍트 뻬쩨르부르크의 경우 이 매장을 설립하면서, 심지어 전용도로까지 만들고,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고객을 실어나르기 위한 전용 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으며, 식당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시장 경제 체제의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이런 모습은, 물건이야 팔리던 말던 고객에게는 무관심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만 되면 고객이 있더라도 자리를 비우는, 전형적인 공산주의식 관료주의 모습과는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런 전형적인 공산주의식 관료주의는 잔재는 구 소련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의 공항, 상점, 공공기관 등등에 남아있어서, 러시아를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앞으로 러시아에는 핀란드에 있는 유통 기업 이 러시아 와 합작으로 대형 매장을 설립할 계획이라서, 러시아에 초대형 매장 경쟁이 남한에서처럼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 경제가 석유 산업의 호황으로 인해 급속하게 발전되고 있으며, 중산층 이상의 러시아 국민들은 그 혜택을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공산주의 붕괴이후 나타난 가난한 연금 생활자들과, 증가하고 있는 알코올 환자와 실업자 문제 등등은, 앞으로 러시아 경제가 개선해야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이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