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미국의 북한 체제 변형론에 반대한다면서, 북한 스스로 체제 변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남한 통일부장관은 23일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체제 변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남한 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장관은 또 분명한 것은 북한 체제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서 베이징 대학에서 한 강연에서도 미국 내에서 북한의 체제 변형론, 북한 붕괴론이 있지만 이는 남한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어떤 나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체제와 문화를 변경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남한 언론들은 최근 미국의 스티븐 해들리(Stephen J. Hadley)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미국은 점진적으로 북한 체제를 변형시켜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는 북한의 체제 변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북한의 ‘체제변화’, 즉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온 터입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 7일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하거나 붕괴시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 체제를 변형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마이클 그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체제 변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주한 미국 대사는 2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체제 변형이란 북한이 변화된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힐 대사는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는 것은 체제 변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남한 언론들은 24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말한 북한 스스로 체제 변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에 대해, 과연 남한이 북한의 자발적 체제 변형을 유도할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남한의 한 당국자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든 남북 당국 간의 대화든 결국 대화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에 대북 특사나 정상회담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