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주민번호 같아 피해발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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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주민 번호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부여받는 주민 등록증의 번호가 이들이 탈북자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어서 해외여행을 비롯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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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주민등록증 - RFA PHOTO/이진서

탈북자 박은실(가명)씨 부부는 지난 4일 남한에서 중국 대련항으로 떠나는 국제선을 타기 위해 인천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앞둔 설레임도 잠시, 남한 출입국 사무소 직원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박은실: 자기네는 보내줄 수 있는데 보내주니까 한 10명 정도가 그냥 돌아 왔데요. 남자들은 1252고 여자는 2252로 시작을 하잖아요. 그러니 중국에서 알고 있나봐요.

말하자면 중국 측에서 남한의 주민번호만을 보고도 그 사람이 북한출신으로 남한국적을 취득한 사람인지를 안다는 것이 탈북자 박씨의 설명입니다. 남한의 주민번호는 모두 13자리 수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에 6자리는 그 사람의 생년월일을 나타내고 뒤의 번호 7자리 수는 행정관리상 부여 되는 수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7자리의 수가 문젭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위해 서울 종로구 주민번호 관리자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구청직원: 첫 번째는 성별, 그 다음 네 자리는 지역번호, 태어난 순서, 그 다음이 검증번호. 주민번호는 죽을 때까지 같아요.

세 곳에서 분산돼 관리되던 탈북자들은 지난 1999년 이후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으로 일원화됐습니다. 남한사람의 경우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면서 거주지역에서 주민 번호를 받습니다. 탈북자의 경우는 하나원이 출생지로 인정되기 때문에 바로 이 하나원이 있는 경기도 안성의 주민번호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주민 번호는 앞자리 생년월일만 다를 뿐 뒷자리 7 개 숫자는 거의 비슷하게 부여됩니다. 즉 탈북자들은 모두 주민 번호상으로는 안성 출신이 돼버린 것입니다.

구청직원: 출생신고를 구청 등에 하시면 주민번호 뒷자리는 나중에 나옵니다. 거주하고 있는 동에 출생신고가 접수가 되면 거기서 번호를 부여하죠.

탈북자들은 중국에 자주 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살면서 중국을 찾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생활에 꼭 필요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탈북자 이금용씨의 말입니다.

탈북자: 대체로 중국에서 몇 년씩 살다가 온 사람이 많죠. 그러니까 중국에서 결혼해서 남편이 있는 여성도 있고, 자식을 낳고 있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 돈도 보내주고, 자식도 보러 가는 경우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들, 북한 친척 가족에게 물건, 돈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관광 다릴 사람은 만 명중 열 명 정도나 되겠죠.

이금용씨는 지난 3월말까지는 중국비자를 받은 탈북자가 있는데 최근 들어 정확한 중국방문의 목적을 제시하지 못하면 입국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만약 주민번호로 탈북자임이 쉽게 노출돼서 불이익을 당한다면 이는 남한정부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 심각하죠. 만약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주민번호 때문에 북송되는 경우가 하나라도 생기면 정부책임 아닙니까?

남한에 주재한 중국대사관에 탈북자란 이유만으로 중국입국이 거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주한중국영사부로 문의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의 직접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미리 녹음된 안내 방송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대사관(음성): 입국은 중국관련 법률과 규정에 의거하여 영사부 직원이 결정합니다. 영사부 직원은 중국관련 법률과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비자신청은 거부 할 수 있으며 비자의 변경과 취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그에 대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기자는 남한을 잠시 방문 중인 한 조선족여인으로부터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조선족 여성은 수년전부터 중국은 11월 말부터 3월말까지 탈북자들을 단속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경우 탈북자 단속을 오는 8월까지로 연장하고 탈북자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족: 내년에 올림픽 때문에 사회문란을 걱정해 그런 것 같습니다. 어제 집에 전화 했는데 연길에서 탈북자들이 엄청 잡혔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받아 주지 않을 겁니다.

현재 남한의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탈북자동지회 등은 탈북자의 중국입국 거부 사례를 접수받고 있으며 아울러 탈북자들의 주민번호를 경기도 안성이 아닌 탈북자들의 실제 거주지로 다양화 시켜달라는 요구를 남한 정부에 줄기차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