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북한, 중국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공동으로 발굴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세 나라는 다음해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4년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오는 2월에 북한의 개성 또는 중국 연변에서 사업추진을 위한 예비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 장명화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직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직지'의 본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입니다. 이를 줄여서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인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입니다. 흥덕사의 백운스님이 부처님과 큰 스님들의 이야기와 노래 등을 간추려서 두 권으로 엮었습니다.
'직지'가 갖는 의의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금속 활자본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점입니다.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보다 무려 70여년이나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1년 6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으로 공식 인증돼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직지'가 두 권으로 엮어진 책이라고 방금 말하셨는데요, 현재 어디에 있습니까?
상권은 전해지지 않고 하권 1권만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있습니다. 왜 프랑스에 갔냐면,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에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로 조선에 근무했던 꼴랭 드 프랑시가 수집해서 귀국할 때 프랑스로 가져갔거든요. 지난 1900년에 파리에서 열린 세계만국박람회때 전시되면서 재발견됐습니다.
그 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는데, 일반인들은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왜냐면 귀중본으로 분류돼서, 단독 금고에 넣어져 보관돼 있거든요. 보도에 의하면, 한지로 만든 속지에는 나무의 진이 묻어서 얼룩이 져있으나 표지는 깨끗한 편입니다. 그러나 표지를 다시 만들면서 아래, 위를 잘라내 크기가 줄어들었구요, 흐린 글씨는 붓으로 덧칠한 흔적도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직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남북한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죠?
남한의 서원대학교는 21일 중국과 북한 학계와 직지의 공동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원대는 이를 위해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 중국 연변대와 함께 공동발굴사업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북한에서 공동 발굴 활동을 벌이구요, 직지를 이때까지 발견하지 못하면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년간은 중국에서 발굴작업에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역사적 유물 발굴에는 통상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단 인건비, 교통비, 통신비, 자료 제공비 등 여러 가지 경비가 드는데, 이를 위해 세 나라는 오는 2월 20일과 28일 사이 중국 심양시에서 예비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연변대가 최근 모든 경비를 남한의 서원대와 청주시가 부담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이 예비회담에서 어떻게 조율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측은 직지를 발견했을 경우, 세 나라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감정하고, 복제본을 제작해 직지 전시관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발굴을 담당한 단체에 장려금으로 미화 800만 달러를 시상하자는 제의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