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구소련과 동유럽 나라들이 못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냉전 후 구소련의 압제에 시달리다 80년대 후반부터 독립한 이들 나라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들을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 대부분 평균 1만 달러 이상의 국민소득을 누리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들 체제전환국들대다수는 거대한 유럽의 정치경제 공동체인 유럽연합(EU)에도 가입해 평화와 번영의 길을 힘차게 내딛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체제를 버리고 자유민주체제로 돌아선 이들 나라의 개혁, 개방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구공산권은 지금’ 시간입니다. 이들 나라가 어떻게 공산체제에서 벗어났으며, 그 뒤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구공산권 하면 구소연방과 연방국, 그리고 구소련 위성국이었던 동유럽을 떠올릴 수 있는데, 우선 공산주의 종주국이던 구소련의 붕괴 과정을 잠깐 살펴볼까요?
역사적 배경을 보면 당시 공산주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던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1980년대 중반부터 공산주의를 현대화한다는 명분으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즉 개혁과 개방을 실시한 사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이런 노력은 공산체제의 붕괴를 촉진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글라스노스트 즉 개방노선 따라 언론통제가 풀렸을 뿐 아니라 정부 비판이 가능해졌고, 페레스트로이카 즉 개혁 노선에 따라 전면적인 경제 개혁이 이뤄지면서 중앙통제식 계획 경제도 살아남을 길이 없었습니다. 개혁, 개방이 급속히 퍼져나가자 기존의 공산체제에서 가장 기득권을 누리던 보수층이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고르바초프를 권좌에서 제거하려는 군사 쿠데타를 벌였으나 실패했고 그 길로 소연방은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소연방은 지난 91년 12월을 기해 15개 독립국으로 쪼개지며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러시아는 더 이상 공산체제의 소련이 아니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나라입니다.
구소련이 이처럼 망했다면 당연히 그 위성국이었던 동유럽 나라들도 독립을 했겠죠?
그렇습니다. 이미 소련이 망하기 전부터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에 힘입어 지난 89년 10월에는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공산주의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죠. 이때를 기해 동유럽 소련 위성국들이 하나둘씩 소련으로부터 압제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체코의 경우 지난 1968년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다가 지난 1989년 독립을 했습니다.
폴란드도 지난 48년 소련에 넘어갔었죠. 그러다 지난 90년 노조 지도자인 레흐 바웬사가 자유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면서 소련의 그늘에서 벗어났습니다. 헝가리도 지난 48년 소련의 꼭두각시 정부가 들어섰지만 지난 90년 첫 자유선거를 통해 독립국이 됐습니다. 곧이어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슬로바키아, 몰도바 등도 나머지 동유럽 나라들도 소련에서 독립했습니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체제가 무너진 사실을 그 당시 북한 주민들도 알았을까 궁금한데요?
당시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주민들도 대부분은 구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97년 북한을 탈출한 이애란씨는 북한당국이 공산체제의 붕괴를 북한체제 강화의 선전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구공산권이 공산체제를 버리고 자본주의 체제로 움직이던 초기만해도 체제를 바꾸는 데 따른 정치,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지도자들이 개혁, 개방을 적극 펼친 덕분에 대부분의 나라가 서방의 웬만한 부자 나라 부럽지 않을 만큼 잘 살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에 대부분 가입한 동유럽 나라들이 체제 전환에 따른 혜택을 가장 크게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체코같은 경우 국민소득이 1만5천 달러에 달해 세계 11위 경제국을 자랑하는 남한 국민의 소득과 엇비슷할 정도이구요, 헝가리도 1만3천 달러에 달하고, 발틱 3국 가운데 하나인 에스토니아도 1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민소득이 1천 달러도 채 안 되는 북한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지요. 이들 나라에는 남한 기업들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상당히 활발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이들 나라는 거의 대부분 자유선거를 통해 민주체제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구소련 연방의 일원이었다. 독립한 벨라루시는 여전히 공산주의 구습과 독재체제를 청산하지 못해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변창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