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러 비난하는 이유(?)

북한이 강경한 모습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상임 이사국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는 주장부터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상반된 견해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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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29일 담화를 통해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에 반발하면서, 현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과 그에 아부, 추종한 세력들에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이런 나라들은 북한 앞에서는 위성 발사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놓고 정작 위성이 발사된 후에는 유엔에서 그를 규탄하는 책동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담화는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두 나라를 포함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을 ‘위선자’로 표현했습니다. 담화는 “전체 핵실험의 99.9%를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이 진행했다”면서 북한을 제재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선자들이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 (RFA)에 북한의 이번 담화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는 동시에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난하고 나섰지만, 단지 표면적인 게 아니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번 담화에 나타난 험한 감정은 진심 (genuine)일 거라고 답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그 근거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진정한 의미에서 좋은 관계를 가진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데다, 지원을 해줘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근본적으로 북한을 싫어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했던 이면에는 러시아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거나, 혹은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미국을 견제하려는 동기가 작용했다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취해온 일련의 도발 행위로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동기마저 빠르게 상실되고 있다는 게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판단입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깊은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9일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불만의 표시로 천즈리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 부위원장의 북한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전인대 내 북한통인 천즈리 부위원장은 당초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초청으로 다음 달 1일부터 4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보여주는 강경한 태도가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민간 연구기관인 ‘플라우쉐어 기금’의 폴 캐럴 국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자우편 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유엔의 제재 논의를 문제 삼아 폭언을 퍼부으면서, 북한의 핵실험을 정당화하려 한다면서 이런 행동은 굳이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2월 말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캐럴 국장은 중국이 북한 당국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이는 북한의 핵 능력보다는 북한 정권의 몰락을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하는 만큼, 결국에는 강력한 제재를 반대하지 않겠느냐고 캐럴 국장은 반문했습니다.

캐럴 국장은 러시아가 오마바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크게 노력하고 있는 만큼, 더는 과거처럼 북한을 두둔하지 않고, 더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비교하면 북한에 대한 지렛대 (레버리지)가 별로 없어, 그 효과는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대학의 칼라 프리만 중국학 부소장을 포함해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다른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연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와 실제로 불편해졌는지는 다음 주 초에 채택될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수준까지 협력했는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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