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현장 근무 자원한 탈북의료인 “북에 계신 부모님, 이번 사태 무사히 넘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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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의료인이 코로나19, 즉 신형코로나 방역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신형코로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긴장 속에서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는 서울의 한 병원.

탈북의료인 허영철(가명)씨는 오늘도 온 몸을 감싼 방호복 차림으로 땀에 젖은 채 환자들의 비루스(바이러스)검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잠시도 쉴 새가 없습니다. 탈북민출신 의료인인 그가 신형코로나 방역 현장근무를 자원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소신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허영철 : 선별 진료소(서울)에서 분류(확진검체)를 하고 있어요. 제가 의료인이잖아요. 의료인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가장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솔직히 좀 위험하지 않아요, 일단 걸리면 전파감염이 높고. 다른 선생님들은 가족도 있고 주변동료들도 가족이 있는데 저는 아직까지 혼자 있으니까 그래도 주변의 선생님들을 배려해서 또 제가 서야 될 위치가 그곳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4년 북한에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 탈북한 그는 대한민국에 정착한 후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었고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 방역을 담당하는 지정병원의 의료인력이 부족해 의료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허락을 받아 코로나방역 지정병원근무를 자원하게 된 것입니다.

허영철 : 저희(의료진)는 4교대를 하는데, 야간에는 저녁 10시부터 아침 8시 반까지 계속하거든요. 그런데 그동안에 환자가 오면 환자 검체를 계속해야 하니까. 일단 한사람, 한사람 하는데 방호복을 계속 입고 있고 되게(아주) 숨도 막히고 답답하고 한번 입었다 벗으면 땀이 다 차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누구도 해야 될 일이고. 또 확진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 아빠고 소중한 가족이니까 의료인으로써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게 됐습니다.

탈북 후 허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오래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북한에서도 신형코로나사태가 계속 확산된다고 하는데 북한에 남아있는 부모님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허영철 : (북한에) 부모님이 지금 계셔요. 살아계시는 지 연락이 된지는 오래되었어요. 부모님과 북한 주민들이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진짜 심각할 수도 있는데 면역관리를 잘 하여 상황을 모두 건강하게 이겨냈으면 좋겠고. (코로나)안 걸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말 부모님도 이 상황을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허씨는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바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요 그의 소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허영철 : (북한사람이든 남한사람이든) 같은 사람이고, 한국사람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저는 누구나 다 소중한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지 그런 것(선택의 여지)에 대해서는 없습니다. 같은 의료인이니까 그런 것(거리감)이 큰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코로나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여기(현장) 있기로 하고. 세 명이 빡빡하게 교대하며 돌아가고 있거든요.

모두 힘든 상황에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코로나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은 저의 고향이기도 하고 북한에도 (현재 한국의)코로나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모두 건강하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말씀밖에 드릴게 없어요. 개인위생을 철저히 잘 지키시고 서로 왕래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모두 힘내기를 바랍니다.

탈북민으로서 자발적으로 신형코로나 방역현장에 달려가 헌신하고 있는 허영철씨. 남한에 정착한 3만6천 탈북민들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면서 허씨의 용기와 봉사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