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북, 열악한 의료여건으로 신종 코로나 대응 미흡할 것”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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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건당국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과 방역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의료진이 주민들에게 예방 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보건당국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과 방역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의료진이 주민들에게 예방 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앵커: 한국 내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열악한 보건의료체계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사스, 즉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 유행했을 당시 북한 남포시 보안국 감찰처에서 일한 박성준 씨.

박 씨는 북한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은 물론 자신과 같은 공안기관 인원들까지 총동원됐다며 자신도 당시 감염자 수용시설 출입통제 등 관리 업무에 투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사스 발생 당시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고 북중을 잇는 신의주 세관을 잠정 폐쇄하는 등 빠른 차단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전염병인 홍역과 콜레라까지 겹쳐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는 게 박 씨의 말입니다.

박성준 씨: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았습니다. 사실 홍역과 사스가 복합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어떤 병으로 사망한 것인지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 많았습니다.

박 씨는 한국과 달리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난방조차 쉽지 않은 북한에선 홍역과 콜레라 등 비교적 가벼운 전염병으로도 드물지 않게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치료는커녕 배급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의 수용시설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곧바로 매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감염 위험 차단과 동시에 주민들에게 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당이나 군의 고위간부 등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뇌물을 주고 환자를 빼내 집 안에서 간호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박성준 씨: 수용소에서는 열악한 환경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걸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돈과 뇌물을 주고 사스나 홍역 환자를 ‘독감’으로 진단하게 유도하는 거죠. 그래서 자택에서 병을 앓도록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박 씨는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이른바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최초 발병 후 이 사실을 상당 기간 은폐하는 등 늑장대응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감염자가 없었을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박 씨는 지린성이나 랴오닝성 등 북중 접경지역에 가까운 북한 내 지역에서 감염 의심자들이 발생하고 있을 수 있지만 폐쇄적인 북한 사회 특성상 주민들이 이를 알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사스 유행 당시에도 라디오 등을 통해 해외 동향을 접하며 북한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준 씨: (라디오나 TV를 통해서) 중국 전역에 사스가 발생했다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중국과 가까우니 북한에도 벌써 들어왔겠구나’ 생각을 하고, 노동당 지침까지 떨어지면 북한 내에서도 발병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또 북한 내 대중 무역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완전 통제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박 씨는 만약 북한 내에 이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북한 당국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북한에서 청진의학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 내에 사회주의 의료보장 체계는 갖춰져 있지만 물질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우한 폐렴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치료약물, 진단시약, 예방약, 신약 등 공급이 안 되니 체계만 있을 뿐 가동이 안돼서 쓸데가 없는 것이죠. 북한 병원에도 식당은 있는데 배급제 붕괴로 운영을 못한지 오래입니다.

최 교수도 북한의 의료수준을 감안할 때 신종 질환인 우한 폐렴을 확진할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북한 내 발병자가 없다는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 전염병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지만 격리된 환자에겐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며 격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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