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조선작가동맹 출신 탈북시인, 수필집 발간


2005.06.27

두만강을 세 번씩이나 건너고 중국과 몽골 국경의 철조망을 헤쳐 지난 1999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시인 최진이씨(46)가 자유를 향한 눈물겨운 탈북과정과 1990년대 북한사회의 참담한 실정에 대해 기록한 수필집을 다음달 출간합니다.

이 책에서 최씨는 남한 땅에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중국 연변 땅에 몸을 의탁하는 대가로 치러야했던 참혹한 역경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장명화기자가 최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7월 2일에 남한의 출판사를 통해 350쪽짜리 수필집을 내신다고 들었는데요. 간단히 책 소개를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책은 4부로 되어있습니다. 1부가 평양에서 낳아서 추방되기 직전까지구요, 2부가 평양에서 추방돼서 탈북직전, 그러니까 두만강을 건너기 직전까지구요, 3부가 중국에서 한국에 오기전까지구요, 4부가 한국에서의 생활입니다.

탈북자들이 지금까지 쓰신 책들이 최고 권력층 문제나 고난의 시기, 정치범 수용소 이런 쪽으로 고정돼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회와 인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이 부분들이 많이 보충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책의 제목이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이던데요,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시죠?

제가 1998년 7월에 혼자 중국에 왔다가 애를 데리러 다시 갔었거든요 (1998년 9월). 그러니까 결국은 두만강을 세 번 건넌 셈이죠. 남한에는 1999년 11월 30일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서울의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시고 계시는데, 북한여성과 남한여성들의 삶에 어떤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아닙니다. 북한여성은 차별을 받아도 차별을 모르구요, 한국여성은 그것을 의식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직, 그것은 다릅니다. 차별과 공직간의 관계는 좀 다르구요.

북한이 일찍부터 인력을 보충하려고 여성들을 사회적 장에 끌어들였기 때문에 양성과의 관계가 한국에 비해서 좀 원활합니다. 원활한데,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는 의식들은 전혀 훈련이 안돼서,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차별하는 (정도가) 굉장히 심합니다.

최진이씨는 평양에서 출생해서 김형직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또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시분과에서 활동하셨던데, 성분이 좋으셨나보죠?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이 좋지 않으면 평양에 있는 대학의 입학 자체가 힘들다고 들었는데요?

아닙니다. 저는 성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김일성대학이나 평양의대, 외국어대학, 이런 대학들은 고위급 자녀들이 가거든요. 일반사람들은 거기에 들어가기 힘들고요, 일반성분이 나쁘면서 공부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김책공대, 김형직사대같은 대학에 들어갑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에서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요, 있으시면 꼽아주시죠?

사연들이 다 구구절절한데.. 123쪽에 '죽어가는 마을'을 권하고 싶네요. 사연인 즉은 북한에서 굉장히 잘 나가던 작가, 소설가의 집안인데, 평양에서 추방됐어요. 아들이 반정부음모에 가담해서, 총살당하고. 추방된 이 집안이 굉장히 훌륭한 집안이었어요. 그 어머니랑. 그런데 그 추방된 동네가 매우 비참한 동네였어요. 그런데 제가 오빠 친구여서 그분 집에 들렀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쓴 거예요.

가끔씩 북한에도 반정부 문서가 나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북한은 워낙 통제가 철저한 체제여서 과연 그런 일이 가능이나 한가하고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방금 소설가의 아들이 반정부 음모에 가담해 총살당했다고 하셨는데, 북한에도 반정부 운동이 존재하긴 하나보죠?

아 있죠. 거기라고 왜 없겠어요? 통제가 심하니까 크게 확산은 못 된다 뿐이죠. 소규모적으로 일어났다 진압되고 잡혀가고 자꾸 그러죠. 북한에도 다 욕심이 있고 정의감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런 일이 없겠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때만해도, 1996년, 1997년, 1998년 사이로 제 주위에서만 해도 동생이나 본인의 일로 한 대여섯 명이 잡혀갔거든요. 제가 아까 말한 반정부 음모자 건만으로도 네 명이 잡혀갔어요.

생활비가 만만치 않은 서울에서 살면서 생활하시는데 어렵지는 않습니까?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 키우랴, 대학원 석사과정 하랴 돈 쓸데가 많으실 텐데요?

제가 데일리 서프라이즈하고, 데일리 엔케이, 그리고 다른 월간지들에 글을 쓰거든요. 살게 되겠지요, 뭐. 여기서 굶어죽겠어요? (웃음) 강의는 요즘 없고요, 현재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장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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