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현주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해서는 안정된 직업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서울시에서는 탈북자들을 위한 취업 박람회를 열었습니다. 취업 박람회는 직원을 찾는 업체들이 나와서 현장 면접을 통해 필요한 직원을 뽑는 행사입니다.
안녕하세요 . 어서 앉으세요. 언제 오셨어요.... 저희는 모자를 만드는 업첸데요 이것이 저희가 만든 제품이고..

올해 나이 29살 김순례 씨. 2006년 남한에 들어와서 남한에서 생활한 지는 1년이 다 돼갑니다. 순례 씨는 13일 서울 대방동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를 찾았습니다. 지금은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봉사원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좀더 안정적인 직장에서 찾고 싶어 섭니다.
식당에서 일하면 가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수입제네 이런 말을 합니다. 울컥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나와 보니 새터민을 이렇게 써 준다는 업체가 많다는 게 우선 반갑네요.
김씨는 일단 김치 판매원을 구하는 회사 등 몇 개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올해 나이 예순. 2006년 3월 남한에 들어온 함북 출신의 박혁일 씨는 아들과 함께 일 자리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나이가 좀 간당간당 하시네요. 저희는 60세 미만만 뽑거든요... 내가 나이는 있어도 청소 일 같은 건 일 없어요.
박 씨는 나이 제한에 걸려서 많은 업체에서 면접을 볼 순 없었지만 청소 대행 업체와 경비 파견 업체 두 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습니다.
힘든 일 같은 건 일없어요. 몸이 튼튼하거든요. 빨리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독립적으로 살면 한국 정부 좋고 나 좋고. 언제까지 세금으로 살 순 없잖습니까..

이날 서울시 주최로 열린 탈북자 취업 박람회, 새희망 일자리 마당에는 박씨와 같은 예순을 넘긴 노인부터 김씨와 같은 20대 젊은이들까지 탈북자 300여명으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이날 참여한 업체는 모두 20곳. 가장 이력서가 많이 쌓여 있는 곳은 생산 기술직을 뽑는 업체입니다. 건축 설비를 생산하는 신성 광건의 김윤태 공장장의 말입니다.
사실 남한 사람들은 우선 힘든 일은 싫어하는 데 이분들은 덤벼들 자세가 되어 있으시네요. 이런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사무직과 판매직입니다.
저희는 판매를 하는 데인데, 여성분들이 했으면 해요. 주부들이 마음을 잘 아니까..
또 인터넷 설치 업체나 중국어 학습 교사, 청춘 남녀의 중매를 전문업으로 하는 커플 매니저 등 다양한 업체에 참여했지만, 그냥 발길을 돌리는 탈북자들도 많았습니다.
아니뭐 별로 할 것도 없네...
송파구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대한 적십자 도우미 양경애 씨는 남한 생활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하는 탈북자들에게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남한 정부의 지원에 아쉬운 형편이라고 지적합니다.
탈북자들은 뭘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고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근데 이런 것을 위해선 남한 정부가 더욱 도움을 줘야해요.
자신도 탈북자로 이날 박람회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양희자 씨는 남한 회사에서 적응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 위한 노력을 들었습니다.
북한 사람이라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도 이런 것도 웃으며 넘겨 줄 수 있는 그런 자신의 노력이 필요해요.
농산물을 수입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양씨는 이날 만나본 20대 남성 2명을 적극 추천할 생각입니다. 이번 취업 박람회를 연 서울 시관계자는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서울시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기한 이 같은 취업 박람회를 해마다 마련한다면서 이들의 직업적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남한의 정착한 탈북자들의 숫자는 만명 이상, 그러나 이들은 실업률은 남한 일반 시민들의 4배, 이들의 가장 큰 고민도 역시 직장을 잡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