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남한 사회 잇는 가교 역할하고 싶다 - 탈북자 새생활 체험학교

200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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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탈북자 종합 회관은 남한 사회에 첫발을 딛는 탈북자들을 위해 ‘새생활 체험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의 정착 교육 시설인 하나원을 막 졸업하고 남한에서의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하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탈북자 종합 회관 측은 남한 사회와 탈북자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번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오는 12월 말 다시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기자가 탈북자 종합 회관을 방문했던 날은 교육 3일째가 되는 지난 23일이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져 한적한 곳에 위치한 교육 회관 빌딩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수업이 한참이었습니다. 60명 가까이 되는 교육생들이 교실을 가득 매우고 강사로 나선 임영선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처음으로 ‘새생활 체험학교’를 문 연 이래로 탈북자 종합 회관은 지금까지 모두 3번의 체험 학교를 운영하고 교육생을 배출했습니다. 새생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상으로 하는 교육생은 남한 정착 기관인 하나원을 막 나온 탈북자들입니다. 자원해서 오겠다는 학생들만 받기 때문에 학생들의 숫자는 정해지지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이번 교육생은 지난 달의 배가 넘습니다.

새생활 체험학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 대의 사람이 교육생으로 참여합니다. 교육 기간은 5일. 5일 안에 남한 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하는 강의 뿐 아니라 시장, 놀이 동산, 학교 등을 직접 방문해 탈북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교육생들은 오전 수업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모두 양로원, 즉 노인들이 집단 생활하는 장소로 견학을 떠났습니다. 전날은 애버랜드 놀이동산 갔었고 그 전날은 꽃시장에 다녀왔습니다.

탈북자 종합 복지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주선애 장로신학대 교수는 이 학교를 통해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의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 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선애: 막막하죠 나와서. 자유 경쟁이라는 데 무조건 어떻게 경쟁을 해야하나. 안정을 해야하니까 배울까 돈을 벌까 초조감에 싸여 있어요.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 자신감을 가져요

특히 주 관장은 강사부터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까지 모두 자원 봉사로 이뤄지는 학교의 운영 방식이 남한 사회에 첫발을 딛는 탈북자들에게 따뜻한 환영의 뜻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선애: 같은 민족이 서로 돕고 산다. 도움을 받고 주고 행복이 있다는 것은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날 오전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 임영선 씨 역시도 수년전에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입니다. 이 학교에서는 임영선 씨와 같이, 남한에 먼저와서 자리 잡은 탈북 선배들을 강사로 초대합니다.

임영선 씨는 강의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한 사회의 현실과 여기에 적응하기 위한탈북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말로써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강의실 안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남한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을 조금이라고 덜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영선: 우선 큰 걱정은 입국비와 취직이죠. 취직을 이제 안하무인 경에서 자기가 선택을 해야하니까 제일 큰 걱정이 되는 것이죠.

임영선 씨의 뒤를 이어 이날 2교시 강의를 맡은 주식회사 페트라 건설의 김연상 사장입니다. 김 사장은 자신의 사업의 성공과 실패담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합니다.

김연상: 북한은 같이 벌어서 같이 쓰는 사회지만 한국 사회는 그것과는 다르죠. 그래서 저는 열심히 라는 단어를 많이 설명합니다.

김연상 사장의 경우 새생활 체험학교의 강의를 맡은 것이 인연돼서 자신의 회사에 지닌달 탈북자 3명을 취직시키기도 했습니다.

김연상: 지금 일 하고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 기능공에요 미장하고 타일 공사하고. (직접 채용해 보시니 어떠세요?) 기술면에서 좀 떨어지고 체력이 딸려요.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본인들이 기본적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긍정적인 마음을 계속 갖는다면 그 사람들 아주 잘 살 수 있습니다.

탈북자 종합 회관의 이애란 간사는 탈북자의 남한 사회 적응을 어두운 곳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자신도 1997년 북한을 탈출해 남한 입국한 탈북자인 이씨는 남한 사회에 막 적응하는 탈북자들에게 당당하게 남한 사회에 부딪칠 수 있는 용기와 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당부합니다. 또 이런 부분을 탈북자 종합 회관의 새생활 체험학교가 담당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애란: 이 사람들은 남한이라는 사회가 계단이라고 얘기하면 이게 높은지 낮은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인거죠. 저희 탈북자 종합 회관이 해야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주는 것. 너무 초초해서 실수하거나 너무 방만해서 뒤쳐지지 않게.

이애란 씨는 이날도 사무실에서 얼토당토 않은 곳에 취직하겠다는 젊은 여성 탈북자를 말리느냐 큰 소리를 냅니다.

이애란: 사람이 사는 데는 정도가 있어요. 탈북자처럼 안 사는게 정도에요. 대한민국에 주민들이 일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면서 이들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는 게 정도에요. 사실 사람들 사는 것은 다 같아요.

이 씨는 젊은 사람도 나이든 사람도 모두 마음만 급해서 직업을 갖고 돈 벌 궁리를 하는데, 다들 한걸음 쉬면서 미래를 다시 그려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충고합니다.

이애란: 젊은 친구들도 다 돈 벌어야 된대요. 이 사람은 우선을 좀 공부를 하면 훨씬 좋을 것 같고 그런데. 상황이 이해는 가죠. 그렇지만 남한 사회라고 해서 돈이 다는 아니고, 살려면 좀 더 멀리 내다봐야하는 거죠.

이번 교육에 참가하는 탈북자 이영화 씨는 8년 동안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9월 남한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어머니와 동생이 남한에 들어와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느긋하지만 남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은 만만치 않게 큽니다.

수업 들어보시니까 도움은 좀 되세요? (이영화) 네.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 ” “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세요? (이영화)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또 30대의 김일영 씨도 역시 직장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으로는 남한 사람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잘 꾸민 김 씨도 차를 타고 조금만 움직이면 차멀미는 하는 등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웃습니다.

김일영: 앞으로 잘 생각해 봐야줘 도착한지 이제 며칠 안 되서 잘 모르는 것뿐이에요.

반면,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박용학 씨는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면서 남한 생활에 대해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설레임보다는 남한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들은 남한에 도착했고 싫던 좋던 남한 생활을 헤쳐 나가야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주선애 관장은 이 같은 탈북자들의 막막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것이 남한 사회에 이들에 대한 따듯한 관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날 점심 식사 후에 모두 버스를 타고 경기도에 있는 양로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주 관장은 양로원 방문은 교육생들에게 아주 호응이 높은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양로원에 계시는 이북 출신 노인들이 교육생들을 친딸, 아들같이 대해준다고 말합니다. 주 관장은 무엇보다도 조용한 이곳에서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의 자신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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