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종합 회관은 지난 금요일, 이 회관에서 운영 중인 ‘새생활 체험 학교’ 의 졸업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가는 해를 돌아보고 오는 해를 계획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참석한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맞는 첫해인 2006년이 새롭고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새해에는 원하는 모든 소망이 이뤄지기를 서로서로 기원해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탈북자 종합 회관의 송년회 자리를 서울에서 이현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송년회는 한해의 수고스러움을 잊는 자리입니다. 남한에서는 보통 한 해의 끝인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친지, 친구 또 회사 동료들과 한해를 잘 정리하는 마음으로 송년회를 갖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모임이나 친구, 친지와 함께 여기저기서 송년회가 한창인 때입니다.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돕고 있는 탈북자 종합 회관에서도 지난 23일, 이 회관에서 운영하는 ‘새생활 체험학교’를 졸업한 100여명의 탈북자들을 초대해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새생활 체험학교는 남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4번에 거쳐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송년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와 춤. 서먹했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졸업생들이 자청해서 무대에 올라 자기의 장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들은 4기 졸업생으로 이뤄진 중창단입니다. 남녀 7명이 화음을 맞춰서 남한에 와서 배운 성탄절 노래와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또 북에서 예술단에 있었다는 박성진 씨는 기타반주에 맞춰 남한 노래, 칠갑산을 열창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박 씨는 지난 10월 남한에 가족과 함께 들어왔는데, 장기를 살려서 남한에서도 노래 부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대에 올라간 40세의 김현성 씨는 북한 노래 ‘색동 저고리’를 깜찍한 율동과 함께 선보여서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날 모인 탈북자들은 대부분 남한에 정착한 기간이 1년이 안 된 사람들이 많아 남한에서 맞는 새로운 2006년은 이들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무대에 올라선 탈북자들은 모두, 새해에 대한 큰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와 행사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많은 탈북자들은 만만치 않는 남한 생활에 대한 고충을 얘기했지만 걱정보다는 그래도 기대를 걸어보는 쪽이었습니다. 특히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직업을 잡는 것이었는데, 다들 눈높이를 낮추지만 일하는 자리를 찾기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오는 10월 남한에 왔다는 박일근 씨. 박일근 씨는 북한에서 교수로 일했지만 남한에서는 북한에서의 생활은 접고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친정 어머니를 북한에서 이번 10월 남한으로 모시고 왔다는 이혜정씨. 이 씨는 그 동안 3번이나 면접을 봤지만 모두 퇴짜를 맞아 실망이 크다고 털어놓습니가. 그러나 이씨는 유치원에 나가는 딸이 친구도 사귀고 적응이 빠르다면서 오는 새해에는 안정된 직업이 찾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남한에 들어왔다는 35살 김선례 씨는 북한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를 나이 때문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큰 힘과 위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선례: 사실 공부는 포기할까 했는데, 여기 오늘 나와서 무대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하니까 힘을 많이 받았어요.
또 가족이 모두 남한으로 들어온 박선옥 씨 가족은 자녀들이 학교에 가야하는 상황에서 6개월 동안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남한에 와서 새로 접한 종교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박씨 부부는 자녀들이 앞으로 남한 생활에서 북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선옥: 돈에 너무 치우쳐서 넘어지지 않고 북한 사람이라는 긍지도 좀 지켜나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탈북자 종합 복지관의 주선애 교수는 2006년에는 장학 사업과 일자리 주선에 주력할 방침으로 다음 송년회에서는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졸업생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날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를 도왔던 자원봉사자들은 이 같은 자리를 통해 탈북자들이 그 동안의 긴장을 잠깐이나마 풀어버리는 시간이 됐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들 또 탈북자 정착에는 본인 노력과 함께 남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면서 2006년에는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 남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바랬습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