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 해결만으론 북한 인권 문제 해결 안돼”


2006.03.29

최근 유럽 벨기에에서 열렸던 제3회 국제 북한인권대회에 참석했던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9일 남한 국회에서 열린 이 대회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탈북자들의 발언 내용을 서울에서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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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벨기에에서 열렸던 제3회 국제 북한인권대회 성과보고회 - RFA PHOTO/양성원

이 날 보고회에 참석한 탈북자 김태산 씨는 ‘인권’은 먹는 문제를 떠나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근원인 김정일 독재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태산: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들은 북한에 쌀만 주게 되면 북한의 인권문제가 풀린다고 하는데 이는 개수작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올무(옥로)에 걸린 짐승을 보고 그 짐승이 불쌍하다면 그 올무를 풀어서 살려줘야지 그 짐승이 먹지 못해 불쌍하다고 고기 덩어리나 주고 올무에 걸린 자리에 약이나 발라주고 떠난다면 그 짐승은 그 당시에는 먹고 살지만 다음날에는 올무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다.

북조선 주민들이 김정일의 독재라는 정치적 올무에 걸려있는데 그것을 벗겨주는 노력을 해야지, 쌀이나 먹여주면 그들이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찾아지는가? 왜 쌀은 주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하는가?

이어 발언에 나선 탈북자 출신 남한 언론인 강철환 씨는 김대중 전 남한 대통령이 먹고 살 걱정은 많이 없었던 남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남한 내 인권을 위해 싸운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강철환: 작년 말에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더니 북한의 기본인권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마치 북한 인민들이 먹을 것만 주면 저절로 인권이 개선되는 동물에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과거 박정희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이 먹는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때 김 전 대통령은 왜 박정희 정권과 싸웠나? 자기가 싸울 때하고 북한 경우하고 완전히 다른 논리로 북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우습게 알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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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제2회 국제 북한인권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서강대 신지호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를 논하는데 있어 소위 남한 ‘햇볕론자’의 논리는 북한 인권을 생존권적 인권과 자유권적인 인권으로 양분해 그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지만 이는 쉽게 깰 수 있는 논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 논리는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인 자유에 앞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주장인데 현재 북한 인권 상황은 먹고사는 문제인 생존권적 인권을 논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신지호: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어떤 고차원의 자유권적 인권, 정치적 자유 이런 것이 아니다. 생존권적 인권이라는 것은 굶어죽지 않을 자유인데 그 전에 더 밑바닥에 있는 것이 맞아 죽지 않을 자유이다. 선진국에 보면 동물보호법이 있고 동물학대죄라는 것이 있다.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는 선진국의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DJ식으로 생존권적 인권, 자유권적 인권 중 생존권적 인권을 먼저 이야기하자는 논리는 이것으로 간단히 깨진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비롯해 공개처형 등이 다 그런 문제다.

한편, 최근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 북한인권대회에 자비로 참여했고 또 이번 보고회를 주관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남한의 대북지원이 북한 독재 정권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영선: 대북지원이 독재자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우리 민족을 위한, 북한 동포를 위한 지원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근본적인 일이다.

양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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