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 해법, 강경론과 유화론 맞서

이란 핵 문제가 국제안보의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문제의 해법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만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섣부른 제재보다는 타협을 모색해야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관련소식을 이진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란이 지난 11일 실험실 핵연료 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미국에서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핵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서를 채택하고 얼마 안 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발표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핵무기통제를 위한 위스콘신계획(Wisconsin Project on Nuclear Arms control)의 게리 밀홀린(Gary Milhollin) 국장은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외교적인 방법으로 이란의 핵 활동을 중단시킬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Gary: it's pretty clear that the Iranians are not going to be slowed down by the diplomatic process, at least as it has been conducted so far.

밀홀린 국장은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핵 프로그램을 국가적 자부심으로까지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보리 의장 성명 차원을 넘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군요?

네, 밀홀린 국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에게 취해질 다음 단계는 조치는 제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이 이미 이란에게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란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현재 유엔의 신뢰성이 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이제 유엔의 몫이라는 겁니다.

Gary: So now it's up to the UN to decide to pass the resolution of posing sanctions.

미국은 일단은 외교적으로 이란 사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설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란에 대한 섣부른 제재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조세프 시린시오니(Joseph Cirincione) 핵 비확산 국장은 이란의 핵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 여지가 남아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 특히 군사공격 가능성을 크게 경계했습니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설은 오히려, 이란 내 강경파들로 하여금 ‘미국은 이란의 체제전복을 노리며 절대 이란과 협상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핵 개발을 해야 한다’고 믿게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Cirincione: so much of the talking in U.S. about military strikes has convinced Iranian hard-liners that US will never negotiate.

그는 군사공격은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밖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현 상황에서는 군사적 제재 등이 별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이 뭔지 궁금한데요?

시린시오니 국장에 따르면, 이란은 체제보장 약속을 원하고 있습니다. 시린시오니 국장은 북한과 리비아의 경우처럼, 미국은 이란에게도 핵 활동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체제보장을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irincione: If Iran restrains its program, then US will end efforts to overthrow the regime.

시린시오니 국장은 체제 보장은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약속이라며, 이제 이란 핵 사태는 이란과 직접 협상하려는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쩌다가 이란 핵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까?

이란은 지난 2004년 11월, 프랑스, 영국, 독일 등과 핵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의 협조를 받기로 합의한 후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일체의 핵 활동을 잠정 중단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1일, 갑자기 우라늄 변환 시설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했습니다.

유럽연합이 7월 31일까지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새 제안을 제시하기로 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미국과 유럽 연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주일만인 8월 8일, 이란은 우라늄 핵 시설을 재가동했습니다.

결국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2월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했습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3월 29일 이란에 대해 향후 30일 이내에 우라늄 농축 등 핵 활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란은 그러나 핵에너지 개발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다 11일, 실험실 수준의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