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강원도 철원군 남측 최전방에서 철책선이 절단된 사건과 관련해 남한 군 당국은 신원을 알 수없는 월북자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남한의 합동신문조의 발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소식 이현기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비무장지대내의 철책선 절단은 언제 발견이 됐습니까?
이현기 기자: 26일 오전 1시 46분께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의 철책선을 야간에 순찰하던 육군 열쇄부대 소속 박모 상병이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3중으로 설치해 놓은 철책선이 부분적으로 잘려나간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박모 상병에 따르면 윤형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약 4미터 떨어진 남쪽과 북쪽에 설치돼 있는 철책선 바닥 부분 2곳에서 구멍이 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절단된 철책은 40에서 40센티미터 크기의 북쪽 철책선은 가로 위측과 우측변이 잘려나갔으며 40에서 30센티미터 크기의 남쪽 철책은 가로 윗변과 세로 양측변이 각각 잘려나가 ‘ㄷ’ 자를 밑으로 엎어놓은 형태로 구멍이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책선 절단이후 군은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이: 군은 북한 무장간첩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철책선을 관할하는 군단과 연천군 일대에 오전 3시 45분께 대간첩침투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철원군 일대에 ‘진돗개 둘’을 각각 발령했습니다.
또 군은 북한군이 경계능력이 취약한 새벽 시간을 이용해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까지 내려와 서울 잠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경기 북부와 강원도 일대에 대한 수색과 검문검색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울로 연결되는 평화로와 국도 39호선 등 주요 도로변, 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 등 수백 곳에 군 병력을 배치해 거동 수상자를 검문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습니다.
남한의 합동참모본부는 합동신문조의 분석결과를 어떻게 발표했습니까?
이: 합동참모본부 황중선 작전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책선 절단 형태 등으로 보아 남한에서 북쪽으로 넘어간 사람의 소행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철책절단형태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돼있고 침투와 관련된 특이점이 없는 점을 고려시에 신원불상의 월북자 소행으로 판단된다.”
또 황 처장은 합동심문조가 해당 부대 병력을 확인한 결과 무단 이탈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이 신원미상자가 민간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처장은 통상 대남 침투 훈련을 받은 간첩들은 철책을 'ㄴ'자나 'ㄷ' 자 형태로 자르거나 'ㅁ'자 모양으로 잘라내어 흔적을 드러내지 않도록 철책선에 붙여 놓은 뒤 남하하는데 이번에는 절단된 철책을 철책선 바로 옆에 세워 놓아 북한 간첩 소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표내용에 대한 남한 언론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 신원미상자가 민간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남한의 언론들은 특수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이 3중으로 이뤄진 최전방 철책선을 모두 뚫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든데도 합동신문조가 절단 사실을 인지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철책선을 절단기로 끊은 방향과 절단된 철책선의 ‘ㅁ' 모양, 운동화로 추정되는 발자국의 방향,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월북 루트 대신 철책선을 정면 돌파한 것 등 4가지는 최대 미스터리라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남한 군관계자의 반응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알려주시지요?
이: 군 관계자를 인용한 남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공작원이나 군인이 절단기를 철책선 안쪽으로 밀어 넣어 반대 방향에서 끊으면 남쪽에서 월북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고 합동신문조와 다른 견해도 밝혔습니다.
또 고도의 대남 침투훈련을 받은 북한 특수부대원의 경우 침투 흔적을 교란하기 위해 발자국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도록 걸을 수 있고, 실제로 해안가에 침투한 무장 간첩이 이런 형태의 발자국을 남긴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이: 북한지역으로 도주할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파산상황에 직면한 민간이이라면 중국을 통해 손쉽게 두만강을 건너는 등 월북루트가 다양한데도 지천에 지뢰밭이고 남북 양측의 총탄세례를 맞을지도 모를 철책선을 정면 돌파한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남측에서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중인 민간인이 정상적인 해외도피가 어렵게 되자 경계가 취약한 계곡 등을 통해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간 뒤 절단기로 철책선을 끊고 월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군 당국은 합동신문조 분석결과 민간인 월북자 소행으로 잠정 드러난 만큼 행방불명 신고가 접수된 민간인 등을 대상으로 신원파악에 나설 계획이지만 북측이 끝까지 이 민간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