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식물자원 적극 이용하라" 북 당국 지시에 주민들 "현실성 없다"

서울-이명철 xallsl@rfa.org
2022.06.21
"야생식물자원 적극 이용하라" 북 당국 지시에 주민들 "현실성 없다" 평안남도 남포시 화도협동농장에서 직원들이 봄나물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으로 식량자원이 고갈되는 것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야생 식용식물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현실성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식량 절량 세대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앙에서는 산나물과 산열매 이용을 장려하는 것으로 대책마련을 지시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야생식물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성 없는 지시라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현재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계 어려움을 극복할 데 대해 지시했다”면서 “산과 들에 있는 식물자원들만 잘 이용해도 식용문제와 생계 어려움, 건강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을 두고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TV에서도 매일 프로그램 순서에 산과 들에 있는 식용식물자원에 대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고사리, 고비(산나물 일종)를 비롯해 이미 철이 지나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산나물 소개를 두고 오히려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좋지 않은 감정을 더욱더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앙에서는 산을 잘 이용하여 산나물 채취를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산에 가도 산나물이나 산열매는 보기조차 힘들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산림도 많이 파괴된 데다 초봄부터 생계 어려움 보탬으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은 다 채취해가는 바람에 산에 가도 식용으로 대치할 수 있는 산나물은 대부분 보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정주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TV에서는 산에 있는 밤, 돌배, 다래와 같은 산열매 이용을 적극 장려하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현실성 없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면서 “정주시 같은 경우에는 왕밤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연료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밤나무와 참나무를 비롯해 산에 있는 나무를 무단 도벌하여 땔감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정주시의 지역 특산으로 이름난 왕밤은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시장에서 식량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생계난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주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래 실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야생식물자원 이용을 적극 권고하는 중앙의 지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일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80만t 내외로 추정하면서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을 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말 북한의 식량 부족 규모가 2∼3개월 치 식량에 해당하는 약 86만t으로 추정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으로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됐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티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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