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당중앙위원회 비상설 기구가 공식 사업에 착수한 가운데, 일부 지방정부 간부들은 실효성이 없고 치적쌓기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는 제14기 10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발전 20×10’을 제시했습니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10년 안에 건설해 도농 격차를 줄이고 인민생활을 한 계단 개선하겠다는 정책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일부 간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전했습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앞으로 10년 간 해마다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구축하여 인민생활 수준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지방에 공장이 없어 인민들이 가난하냐”고 이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새로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면 기존의 공장은 어떻게 할건지 등이 과제로 남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방침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전후 북한은 중공업 우선 발전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정책노선 하에 각 시, 군마다 공장기업소를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철강산업과 화학산업, 군수산업 등은 중앙공업으로 인민생활과 직결된 식료공장과 옷공장 등은 지방공업으로 분류하고 국가예산과 자재를 중앙공업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지방공업은 발전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중앙공업은 원료 조달이 수월하고 생산물 수급이 유리한 지역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전력산업에서 화력발전소는 석탄이 매장된 평안도 서부지역, 화학산업과 비료산업은 석회석이 매장된 순천과 함흥, 철강산업인 김책제철소는 정광이 매장된 함경북도 무산과 가까운 청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북한은 중앙공업은 살려내려고 전기와 원료, 자재를 우선 공급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이어 “(평북) 신도군에도 갈대종합농장 외 식료공장과 피복공장 등이 자리하고 있지만 지방공업은 원료와 자재를 지방 자체로 해결하도록 강구되다 보니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공장가동이 마비되거나 하락하여 기초식품인 된장, 간장도 주민들에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실정에 ‘지방발전 20×10’ 정책 실행으로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비상설 기구인 지방공업지도과가 신설되어 올해부터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한다고 하지만 미사일 생산 등 군수공업에만 국가예산이 투자되는 우리나라에서 지방공업 발전은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최고존엄이 최고인민회의(1.15일)에서 제시하고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1.23-24)에서 강조하며 착수된 ‘지방발전 20×10’을 두고 회의감을 드러내는 간부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안주에는 노동신문지를 생산하는 121호공장과 펌프공장(2경제산하) 등에는 원료와 자재가 공급되지만 식료공장과 옷공장 등에는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 원료와 자재가 공급되지 못해 가동이 멈춰 지역 주민들에게 신발과 옷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각 시, 군마다 지방공업공장들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건설되었지만 예산은 중앙예산이 아니라 지방예산으로 건설했습니다. 올해 추진하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직접 책임지고 중앙예산을 지원하고 건설과정을 주도하는게 차이점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차이를 줄이고 지방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하려면 이미 지방마다 자리한 경공업공장들의 가동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당국이 지방공업들에 국가예산부터 투자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올해부터 추진되는 ‘지방발전 20×10’을 보면 지방공장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최고지도자의 업적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방발전 20×10’을 실행한다며 지방경제 운영을 장악 지휘하는 중앙당 조직지도부 지방공업지도과가 신설돼 공식 사업에 착수하면서 군 인민위원회위원장 등 지방정부 간부들의 자율성이 없어지고, 중앙의 독단만 강조된다는 말도 나온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