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농기계 공장 현대화 자금 농민들에 강요
2024.07.12
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농기계와 농기계부속품 공장의 현대화를 구실로 시, 군 농장들과 농민들에게 외화벌이 과제를 독촉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은 2021년 12월, 당중앙위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새 시대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제시하고 2023년 2월, 당중앙위 제8기 7차 전원회의에서 “새 시대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의 주요 과제로 농업기계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1월 2일, 새해 첫 일정으로 농기계전시회장을 방문해 농업기계화 실정을 종합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 총비서는 농업기계화를 다그치기 위한 대책으로 지방의 농기계생산단위(공장), 농기계부속품 생산단위의 현대화를 독촉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각 도 농기계공장, 시, 군 연결농기계공장과 농기계작업소의 현대화를 다그칠 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여섯 차례나 있었다”며 “그사이 김정은의 지시 관철을 위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실태조사와 내각 농업위원회의 대책회의도 십여 차례 넘게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대책회의에서 시범단위의 현대화를 먼저 진행하고 시범단위를 본보기로 다른 단위의 현대화도 다그친다는 원론적인 결론밖에 내지 못했다”면서 “현대화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 자금도 양강도가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방도만 곱씹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양강도당과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간부들은 ‘자체로 해결하라는 말만 반복할 거면 실태조사는 왜 필요하고, 대책회의는 왜 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지난 4월, 농기계생산 시범단위로 지정된 혜산임업기계공장과 농기계 부속품생산 시범단위로 지정된 운흥농기계작업소의 현대화도 아직 막연한 상태”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전문 농기계공장과 연결농기계공장이 없어 다른 도에 비해 농기계와 농기계 부속품 생산단위가 적은 편”이라면서 “농기계 생산단위로 혜산임업기계공장이 있고, 농기계 부속품 생산단위로 각 시, 군에 농기계작업소가 있는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 군에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농기계작업소는 하나도 없다”며 “고난의 행군 시기 노동자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생산설비들을 뜯어내 팔아먹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설비들은 가동을 할 수 없어 폐기 처분되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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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혜산임업기계공장과 운흥농기계작업소의 현대화를 위해 양강도 시, 군의 각 농장들은 8월 말까지 5천 달러의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며 “매 시, 군에는 보통 10개에서 12개의 농장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별도로 매 농장원들도 농기계생산단위, 농기계부속품 생산단위의 현대화를 위해 8월 말까지 50달러의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 같은 과제는 지난 4월, 농업기계화를 위한 양강도당과 양강도 농촌부문 간부회의에서 결정되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외화벌이 과제는 고사리를 비롯해 산에서 자라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들로 수행하라는 것이 도당과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요구”라면서 “농장원 1인당 50달러의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약초인 말린 용담초로 10kg, 산나물인 말린 고사리로 25kg을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시, 군 농기계작업소들에서 뜨락또르(트랙터) 부속품까지 생산하려면 숫자조종반과 각종 공작기계들이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공작기계는 중국에서 수입을 하든지, 아니면 내각 기계공업성에 신청을 하고 연하종합기계나 희천공작기계에서 사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국산 공작기계도 달러를 주고 사야 하는데 중국산에 비해 값이 훨씬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당과 도 무역관리국에서 기계설비의 가격을 알려주지 않아 농업부문 간부들조차 농기계생산단위, 농기계부속품 생산단위의 현대화를 위해 얼마의 외화가 필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