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에 농경지 침해 실태, 즉 농업용 토지를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조사하고 이를 막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세울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각 지역에서 농경지를 침범해 지하자원을 채굴하거나 농경지를 건설부지로 이용하는 등 농업토지 침해에 대한 실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량 증산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요즘 전국에서 농경지 침해에 대한 실태 검열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2023년 5월 23일 김정은의 비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6월 초 각 지역별로 국가의 승인 없이 농경지에서 지하자원을 채취하거나 농경지를 건설부지로 이용하는 등 농업용 토지 침범 실태를 조사하고 강한 대책을 세울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며“지시 집행을 위해 군당위원회, 인민위원회 국토부, 검찰소, 안전부 성원들로 검열조가 꾸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농장 간부들이 뇌물이나 농사에 필요한 영농물자를 받는 대신 다른 기관이나 개인에게 농경지를 떼 준 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주요 조사 내용 중 하나인데, 검열 성원들이 농촌에 나가 현지를 직접 둘러보며 농장 간부와 농장원들을 만나 확인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은 내각과 국토환경보호성, 농업성, 국가자원개발성을 비롯한 기관들이 농업토지를 지하자원채굴과 건설부지 등으로 이용하겠다는 제기를 망탕(무조건) 승인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며“국가의 승인을 받아 농경지를 이용하는 단위들도 농사철에는 지하자원 채취를 중단하고 농사를 지원하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서 제기된 단위들은 이용하던 농경지를 원상대로 다 복구한 다음 철수하게 되어 있다”며 “검열성원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경우 농경지 침해에 사용한 설비와 윤전기재(건설장비나 사금채취 도구)를 다 몰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금야군에서 농경지 침해에 대한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군당위원회, 군인민위원회, 검찰소, 안전부에서 선출된 검열 성원들이 분담된 리에 나가 농경지 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각 농장들은 자기 지역의 농경지를 이용하고 있는 사금채취장과 건설부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사금이 나는 지역의 관리위원장, 작업반장 등 농장 간부들이 농사에 필요한 비료, 비닐박막, 디젤유 같은 것을 받고 농경지에서 사금채취를 하도록 눈감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검열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사금을 채취하던 주민들은 다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 몇 년간 당국이 식량 증산을 부쩍 강조하면서 농경지 침해에 대한 실태 조사나 검열이 몇 번 진행되었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면서“사금을 캐든, 건설부지로 이용하든 농경지를 침범해 이용하는 기관은 다 '힘있는 기관'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인식하는 '힘있는 기관'은 노동당 재정경리부, 내각, 국방성, 보위성, 사회안전성, 2경제위원회 등에 소속된 무역기관이나 외화벌이 기관을 의미합니다.
소식통은 이어 “농민들은 농경지 침해를 단속하는 것보다 농사에 필요한 영농물자를 충분히 보장해주거나 농민들의 생활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식량 증산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농경지 침해 검열은 이달 말 경에는 끝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검열 자체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릴 사안은 아니라면서 이번에 당국이 재차 검열에 나선 배경은 실제 농경지 침해를 막자는 취지도 없진 않지만 식량증산이 최근 크게 강조되면서 뭔가 관련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