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무역선 선원 가족들이 배를 타고 나간 남편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남편이 탄 무역선이 유엔 제재 때문에 외국에 나갔다 나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건데요.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무역선 선원은 나진해운대학이나 청진해양전문학교, 평양선원간부학교를 졸업해야 합니다. 무역선 선원은 모든 것이 생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직업의 우선 순위가 결정되는 북한에서 남성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무역선 선원들이 북한에 없는 외국 물건을 가져다 북한에서 팔면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 북한 선원들은 몇 달씩 오래 나가 있는 육해운성 소속 무역선보다 짧게 외국을 자주 오가는 중앙급 무역회사나 각 도 무역국이 가지고 있는 작은 상선 배를 타는 걸 더 선호합니다.
남포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무역선 선원 가족들이 바다에 나간 남편들 걱정으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며 “남편의 안전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무역선 선원 가족들은 오랫동안 풍랑세찬 바다에서 생활하는 남편과 자식에 대한 걱정을 늘 한다”며 “최근 우리(북한) 무역선이 해외에 나갔다 나포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 무역선 선원의 아내는 이 달 초 남편 회사에 전화를 걸어 ‘배가 해외에 나갔다 나포될 수 있다는 데 사실인가, 남편 걱정 안해도 되는가’라고 문의했다가 된 욕을 먹었다”며 “이 여성의 남편은 돌아오면 가정 혁명화로 배에서 내릴(일정기간 승선 제한)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무역선 선원에 대해 당에 대한 충성도와 함께 가정 혁명화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아내가 개인 처신에서 문제가 있는 선원은 항해에 나갈 수 없습니다. 해외에 나간 기회를 이용해 도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 돌아가는 소문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당국이 외국에 다니는 무역선 선원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전에는 외국에 갔던 배가 돌아오면 선원들에게 우선 휴가부터 주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출항했던 배가 입항하면 그 항구에서 선원들에게 각종 사상교양과 그동안 밀린 학습을 시킨 후에야 집에 보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모든 주민은 노동당이 하달하는 학습제강(학습자료)에 근거해 매월 2회, 한 번에 약 2시간 진행되는 학습회에 참석해야 하는 데 해외에 나갔던 무역선이 입항하면 우선 그동안 하지 못한 학습을 한 번에 몰아한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청진에도 유엔 제재를 어기고 해외에 나간 우리 무역선이 나포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남편이나 아들이 배를 타고 나간 선원 가족들의 고심이 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항에 있는 무역선이나 상선 배를 보면 다 다른 나라에서 실컷 쓰다가 버린 건조된 지 오랜 낡은 중고 배”라며“일반 주민들은 외국에 다니는 무역선 선원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선원 가족들은 낡은 배를 타고 다니는 남편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최근 외국에 나간 배가 유엔 제재로 나포될 수 있다는 말이 있어 가족들의 걱정이 더 심해졌다”며“보통 선원 가족들이 돈 때문에 남편이 배를 타고 나가길 바라지만 요즘은 항해를 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소문이 확산되자 무역선을 가지고 있는 단위들이 선원가족들에 나쁜 놈들이 퍼뜨리는 유언비어를 믿지 말라는 통보문을 이 달 중순께 보냈다”며 “나도 소문을 100% 믿진 않지만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무역선 선원을 뽑는 걸 보면 제대군인 출신 당원을 주로 뽑는다”며“이런 점도 당국이 무역선이 해외에서 나포될 수 있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과거 무기와 마약을 실은 북한 선박이 해외에서 나포된 사례가 몇 번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쿠바에서 미그 전투기 기관(엔진) 2개와 미사일 부품을 싣고 오던‘청천강호’가 파나마에 적발돼 나포되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2년에도 미사일을 싣고 남포항을 떠나 예멘으로 가던‘서산호’가 스페인(에스빠냐)에 의해 나포되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2017년12월 채택) 등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항공유, 정밀기계, 광물, 섬유제품, 농수산물, 사치품 등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 선박이 이런물품을 실었다는 정보가 있을 경우 화물을 검사하며, 거부하면 외국 항구 입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 일부는 북한이 공해상에서 외국 배와 금수품을 주고받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항공기와 함선 등을 동원해 한반도 주변 해상을 감시하고 있는데 북한 선원 가족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