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러시아산 석탄이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러시아의 경제전문지 '코메르산트(Kommersant)'는 최근, 러시아에서 채굴된 석탄이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으로 들어간 석탄은 북한 동북부에 위치한 나진항으로 옮겨진 뒤 선박에 실려 중국으로 향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코메르산트'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이런 경로를 통해 러시아가 수출한 석탄은 미화로 84만 달러에 이르는 1만 5천톤입니다.
러시아는 석탄수출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나진-하산 간 철도를 이용했지만 석탄가격 하락으로 철도 이용을 중단했다가 근래들어 석탄가격이 오르면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나진항 이용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진-하산 간 철도는 러시아가 70%, 그리고 북한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수출비용 절감과 화물 취급시간 절약 차원에서 나진항 이용을 선호한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산 석탄의 북한 경유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석탄 수출만 제재대상일 뿐 경유하는 건 예외사항이란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 내 항구와 철도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러한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이용해 석탄을 수출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은 "다른 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일반 무연탄이 아니라 역청탄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와 대북제재 위반 실태를 추적하고 있는 미국의 법률정보 회사인 '카론'(Kharon)사도 같은 날 전자우편으로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을 엄격히 폐쇄했으면서도, 일부 구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주변국과의 왕래가 허용됐다는 점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난 속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북한 당국의 절실함이 반영됐다는 관측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경제연구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국경은 전면 폐쇄됐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 (북한이 국경을 완전히 막았다는 것은) 오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은 완전히 닫혔지만 엄격한 제한 범위 내에서 북한은 출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철도나 도로를 이용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지난 5월 말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올해 5월 들어 중국을 오가는 북한 유조선을 포함한 선박들의 해상활동이 두 달새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선박이 저우산군도 등 중국 해역 일대 등에서 '선박 대 선박' 불법환적 방식으로 석탄을 밀수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유엔 대북제재위는 러시아산 석탄의 북한 경유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와 북한의 밀수출 감시 및 단속활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논평요청에 9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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