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수해지역 살림집 완공은 사기”
2024.12.31
앵커: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평안북도 수해 지역 살림집 준공식이 사기에 가깝다는 주장이 현지 주민들 속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 입주하지 못했으며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실정에 맞지 않는 전기 난방, 취사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 평안북도 수해지역 살림집 준공식. 여기에 더해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에서 방대한 큰물 피해 복구 과제가 완수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지 소식통들과 수해지역 주민들은 살림집 건설이 아직 완공되지 못한 상태이며 완공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평안북도 수해 지역의 살림집들은 아직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며 “내부 공사가 완공됐다면 주민들이 새 살림집에 입주하는 모습을 텔레비죤(TV)으로 방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에 김정은이 참석해 준공식을 가진 곳은 위화도섬 상단리에 위치한 남새(채소) 온실 농장의 살림집들”이라며 “준공 행사를 위해 특별히 내부 공사를 앞당겼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행사 이후에도 상수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데다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아직 주민들이 입주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새로 건설한 수해지역의 살림집은 모두 전기 난방에, 취사도 전기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었다”며 “전기밥가마(밥솥)와 전기곤로가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압록강 수해 피해로 새로 지어지는 살림집에 텔레비전, 전기밥가마(밥솥) 등 가전제품 일체를 갖춰 수재민들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평안북도 수해지역의 살림집들은 내부 공사가 마지막 단계로 1월 초부터는 주민들의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난방용, 취사용 전기를 어떻게 보장하고 취사에 필요한 전기용품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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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9일 “올해 압록강의 수해로 양강도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김형직군 남사노동자구인데 아직 이곳의 살림집 건설은 끝나지 않았다”며 “수해지역 살림집 건설이 끝났다는 신문과 방송의 보도는 사기”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수해지역 살림집 건설을 올해 말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하니 아래 간부들은 건물의 외벽만 세워놓고 살림집 건설을 완공했다는 거짓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김형직군은 1월 말이 돼야 살림집이 완공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설령 살림집 건설이 완공됐다고 해도 주민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에서 수해지역 살림집들의 골조 공사가 한창이던 9월 초에 갑자기 온돌식이던 난방을 바닥에 전기 열선을 설치하는 전기식 난방으로 바꾸었다”며 “건설자재를 아끼고 공사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선택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2019년에 완공된 삼지연시의 살림집들이 전기난방인데 삼지연시의 경우 아침과 저녁에 각각 3시간씩 간신히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김정일의 고향이어서 특별히 전기를 공급한다는 삼지연도 이 정도이니 수해지역에 새로 건설한 살림집들은 전기 공급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올여름 수해가 발생한 압록강 인근 지역은 대부분 북부 고산지대여서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다”며 “주민들이 자체로 전기 난방을 온돌식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결국 수해지역 살림집 건설은 주민들을 위한 건설이 아닌 당과 수령의 체면을 위한 건설이었다”며 “아직 완공도 못한 살림집을 완공했다고 신문과 방송으로 대놓고 거짓말을 하니 수해지역 주민들은 그저 한숨만 지을 뿐”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