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이라도" 북 주민 동지팥죽 대신 옥수수죽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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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이라도" 북 주민 동지팥죽 대신 옥수수죽 북한의 한 농촌 여성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REUTERS

앵커: 북한 주민들은 아무리 식량사정이 긴장해도 동지에 팥죽을 끓여 가족끼리 나눠 먹으면서 지난 한 해의 액운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동지에는 팥죽 대신 옥수수 죽으로 동지죽을 대신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1일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동지는 한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 있는 민속명절”라면서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팥죽을 끓일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이 옥수수죽으로 팥죽을 대신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민 증언: 동짓날에야 돈 있는 사람들이야 좀 있으니까 먹지요 뭐, 한데 여느 백성들이야 없으니까(못 먹지요).

소식통은 “그나마 식량사정이 조금 낫다는 주민들도 동지 죽을 쑤는 흉내만 내는 실정”이라면서 “원래는 팥과 수수가루, 입쌀을 넣고 끓여서 붉은 빛을 띠는 팥죽에 반드시 오그래 (옹심이)를 넣어야 액운을 쫓는 동지죽이 되지만 쌀이 없는 탓에 그냥 멀건 팥죽을 쑤거나 그마저도 없어 붉은 빛이 하나도 없는 옥수수죽으로 대신하는 세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민 증언: 팥이 들어가야 뻘개 지니까. 팥, 수수가루, 입쌀 이렇게 불려서 먹느라고 섞어서 먹어요. 동그래(옹심이)는 못 넣고 그냥 죽으로 먹어요. 그거(옹심이) 들어가려면 쌀가루 같은 것이 많아야 하니까 그냥 멀건 팥죽이지요. 그냥.

소식통은 또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식량문제가 더 긴장한데다 곧 설날이 다가오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동지죽을 못 먹는 것보다 설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더 걱정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작년에는 동지, 양력 설날까지는 농사지은 식량이 조금 남아있어서 밥은 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식량이 바닥난 절량세대가 더 늘어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주민 증언: 해마다 그래요. 돈 있는 사람들은 동그래를 넣고 없는 사람들은 못 넣는데 작년보다 올해는 더하죠. 그러니까, 설날이 되어 오니까 힘들 수밖에 없지요.

소식통은 그러면서 “서민들의 사정은 이처럼 긴박한데 일부 돈주들이나 간부들은 배부른 동지를 쇠고 있다”면서 “서민들은 팥죽을 끓일 형편이 안 되는데 간부들은 보란듯이 찹쌀 동그래(옹심이)가 들어간 팥죽을 끓여먹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증언: 그래도 자기(간부)들은 배부르게 먹고 있잖아요. 자기들은 배부르니까 평백성(일반 주민) 생각을 안 한단 말이예요. 평백성이야 사람 취급이나 받나 뭐, 결국은 간부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동짓죽)을 먹지, 주민들은 굶어도 상관을 안해요.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2일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동지를 중요한 명절로 의미있게 쇠려고 하는 풍습이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식량사정이 워낙 긴장한 관계로 일부에서는 동지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주민 증언: 그러니까 사람들이 동짓날이 오면 거의 안 쇠다 시피해요. 올해는 애기동지(음력 동짓달 초순 동지)라고 웬만하면 사람들이 거의 다 피하려고 해요. 동짓날을. 먹을 것이 변변치 않으니까 사람들이 애기동지는 뭐 어떻다, 무슨 동지는 또 어떻기에 피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원래 잘 살 때는 해마다 계속 이것저것 상관없이 죽을 쑤어먹고 그랬는데 식량이 없다보니까 핑계를 대고 잘 안 쒀먹는 거예요.

소식통은 “주민들이 동짓날에도 죽을 쑤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곧 다가올 설명절 때문”이라면서 “동지에 남은 식량을 먹어 없애면 정작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동지죽은 안쑤고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습니다.

주민 증언: 동짓날이 지나고 조금 있으면 설날이잖아요. 조선은 양력설을 쇠지 않나요? 음력설을 안 쇠고. 이제 동지 때 먹고 나면 설날에는 또 먹을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동지는 잘 안 해먹고 웬만하면 모았다가 설날에 해 먹는단 말이에요.

소식통은 이어서 “동지가 한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의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중요한 절기지만 식량이 없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동지를 그냥 지나쳐 보낸다”면서 “식량이 절대 부족한 주민들은 벌써부터 새해 설날에 뭘 먹을지 근심에 잠겨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 증언: 그저 있는 사람들이나 (동지죽을) 조금 먹지 웬만하면 없는 사람들은 거의 안 먹다시피 해요. 작년에도 우리 마을에는 안 먹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요. 올해 설날에는 또 어떻게 쇠겠는지 벌써 걱정이예요. 힘드니까.

한편,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재차 지목하면서 북한이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식량부족으로 외국에서 수입했어야 할 곡물량을 약 106만 톤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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