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로 식량 수입이 급감하고, 봄철 농장에 집단 노동력 투입도 어려워지면서 올 겨울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교수는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2일 개최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코로나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하면서 북한의 자발적 국경봉쇄 및 유엔 대북제재로 무역 규모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바탕으로 북중 무역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총 무역액이 75억 달러였지만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8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4월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이전 5천7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2019년 4월 2억 4천만 달러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프랑크 교수는 특히 모내기철인 5월 전국적으로 내려진 봉쇄정책이 올해 작황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집단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모내기에 봉쇄조치로 노동력 동원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올 한해 전반적인 수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미 북한 인구의 60% 이상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 배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설명입니다.
프랑크 교수 :우리는 2022년 수확이 코로나 발병이나 봉쇄 자체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올 겨울 식량 부족을 보게 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 모내기가 부진하자 코로나 방역을 일부 완화하고 주민과 대학생들을 모내기전투에 총동원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주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근무한 바 있는 헤이즐 스미스 영국 런던대 교수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로 인해 북한 내 식량안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매년 가뭄, 홍수 등으로 더욱 감소한 북한 내 식량 생산이 2018년 이후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국경봉쇄로 외부식량 수입이나 지원도 중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2021년 중국의 대북수출 관련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곡물은 전무했고,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나 콩기름 등의 수입량 역시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0분의 1이상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그러면서 외부 지원만으로는 현재 영양 부족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수 없다며, 북한 자체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농업에 필요한 기계 수입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미스 교수 :저는 미국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에 관해 북한 경제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2017년 대북제재를 유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 필요한 기계 및 물품의 북한내 반입을 막는 제재를 유예하는 것으로, 매우 복잡한 제재면제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한편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웹사이트에서 갱신한 북한 국가 정보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 규모가 2~3개월분에 해당하는 약 86만 톤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CIA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불거진 경제적 제약에 따라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