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암호화폐 해킹 봉쇄 필요...다국적 협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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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재직 기간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을 봉쇄해야 핵 개발 자금을 동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영국, 독일, 일본 등과의 다국적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7일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열린 ‘통일을 향한 외교안보 전략’ 강연.

윤석열 한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성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안보실장으로 있을 때 우선순위를 둔 것 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사이버 압박”이었다며 “북한의 새로운 자금원으로 대두된 암호화폐 해킹에 대한 봉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북한 정찰총국의 해커부대인 라자루스 그룹이 지난해 3월 블록체인 업체인 로닌 브릿지를 해킹해 5억 4천만 달러, 같은 해 6월 호라이즌 브릿지를 해킹해 1억 달러를 탈취했는데 이 두 건의 해킹으로 북한이 4년간 수출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인 6억 달러를 훌쩍 넘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이 몇 년 동안 수출을 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을 불과 1~2주 사이에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벌어들이는 모습을 목격하며 이것을 제대로 틀어막지 않고서는 북한의 핵개발 자금을 동결시킬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정보수사기관, 전문분석업체, 가상자산거래소 등 협업을 통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고 특히 “미국 주도 아래 국제공조가 활성화되고 한국도 적극 참여하며 북한의 활동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한미 간 협력하는 수준을 넘어 이 분야에 역량을 갖춘 영국, 독일, 일본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 또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은 암호화폐를 탈취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인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ㆍNon-Fungible Token), 메타버스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우방국들과 신속한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관련국들과의 공조를 통해서 북한의 사이버 머니들이 현금화되지 않도록 틀어막는 것이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재원을 봉쇄하는 적격이고 거기에 많은 노력을 지금 투입해야 합니다. 이제 한미 차원을 넘어서 영국, 독일, 일본의 사이버 기술과 공조 체제를 이제 체계화하게 됩니다. 훨씬 더 압박 효과가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김 전 실장은 이어 “한미 핵협의그룹(NCGㆍ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를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 ‘작전계획화’까지 진행시켜놓지 않으면 그 이후 기약할 수 없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26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워싱턴선언과 한미동맹의 미래’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도 “현재 미국의 대선 예비주자 중에는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 경시적 사고를 지닌 인사들이 있다”며 미 대선 전까지 ‘골든타임’동안 실무협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한미 간 강화된 확장억제의 작전계획을 현재 작전계획 5015에 포함시키든지 혹은 별도의 작전계획을 수립하든지 간에 2024년 을지자유의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 한미연합연습에서는 새로운 작계에 따라 연습한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작전계획화시켜놓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기약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2024년도 UFS에서 새로운 작전계획에 따라서 같이 연습을 해봅시다 그런 목표를 갖고 뛰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김 전 실장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부터 정보 유입 등을 통해 ‘분노지수’가 올라갈 때 북한 정권은 밑으로부터의 압박에 직면하고 이러한 상황 전개가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나오게 할 수 있다”며 “비핵화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국제기구 직원들을 접하면서 이들이 (북한 주재 외교관 등 국가행위자들보다) 상당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고 이런 점을 고려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국제기구 활동 제고 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또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북한에서 활동한 적 있는 유엔 산하기관들을 활용해 사회권 차원의 북한 인권 증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김 전 실장은 현지시간으로 18일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각에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일본의 한미 핵협의그룹 참여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한미 핵협의그룹을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궤도에 올리기에도 시간이 매우 부족”하며 “일본 합류를 위해 새로운 논의를 하게 되면 확장억제의 작전계획화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결국 우선순위를 어떻게 잘 배치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며 “우선 한미 핵협의그룹을 궤도에 올린 이후 일본 합류 가능성 혹은 별도의 한미일 3자 핵협의그룹(NCG) 출범 필요성 등을 검토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앞서 16일 공개된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일 간 별도의 협의에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17일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미일 3국은 북한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