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동농장도 시장과 연계돼 생산활동…농업근대화 초기 양상”
2019.10.29
앵커: 북한의 협동농장이 최근들어 시장과 연계된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협동농장이 당국의 암묵적인 방임아래 시장과 교류하며 독자적인 의사 결정을 할 여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생산물 처분 단계에서 시장과 적극적인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10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최근 북한 협동농장은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김소영 한국 농민신문 차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과거 농업 생산물 처분은 국가수매 등 계획 내에서 주로 이뤄졌고 시장과의 연계성은 없거나 부차적인 문제였다”며 “하지만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협동농장의 계획화 체계 작동 방식에 균열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김소영 한국 농민신문 차장: 북한 장마당이 일반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농업부문도 시장화에 영향을 받아 이에 맞는 생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적으로는 협동농장의 계획생산 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김 차장은 북한 협동농장의 시장화 근거로 북한의 일부 협동농장에서 품질을 고려한 영농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개인영농을 통해 생산한 특정 농산물이 시장에서 잘 판매될 경우 협동농장에서도 이를 고려해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겁니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 양강도의 일부 협동농장은 지난 2007년경부터 중국산 배추 종자를 자체 조달해 심고 있습니다. 맛과 품질을 고려한 영농행위는 시장과의 연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논문은 2012년경부터 양강도의 일부 농장이 ‘멀칭재배’를 시작한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멀칭재배는 노동의 효율을 높이는 재배 기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 차장은 “자재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멀칭재배가 이뤄진다는 것은 상품성이 높은 작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논문은 함경북도 출신의 한 탈북자를 인용해 협동농장에서 재배된 고품질의 농산물이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저품질의 생산물의 경우 북한의 국영상점에 국정가격으로 판매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논문은 북한 농산물 소비재 시장이 곡물, 채소, 축산물, 과일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는 북한의 농업 부문도 시장경제적 질서에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차장은 “북한의 농업생산이 적어도 자가소비 위주의 영세농에서 상업 영농으로 점진적인 이행을 하고 있다”며 “이는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출현하는 농업 근대화의 초기 양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