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거름생산과제 연말까지 완수” 독려
2023.11.21
앵커: 북한 당국이 연말까지 미달된 거름생산과제를 전부 완수할 것을 독촉하면서 최근 공장, 기업소마다 때아닌 거름 생산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근로자들의 거름생산기간은 새해 첫 전투가 벌어지는 1월 3일부터 2월 15일까지입니다.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썰매를 이용해 얼어붙은 거름을 협동농장들에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름 생산은 13살이상 초급중학교 학생부터 연로보장 직전인 60살이하 주민들이 모두 참여합니다.
주민 1인당 평균 거름생산량은 만16세 미만의 학생들의 경우 인분으로 100kg, 삼분(짐승의 배설물)으로 300kg, 만17세 이상 성인(북한은 만 17세 이상이면 성인)의 경우 인분으로 300kg, 삼분으로 900kg을 바쳐야 합니다. 이 외에도 계절에 상관없이 부식토, 니탄, 흑보산비료 등의 거름생산이 있는데 이는 농민들에게만 해당됩니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한해 농사가 끝난 요즘 북한의 공장, 기업소들은 거름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복수의 북한 양강도 소식통들은 “한해가 다 가기 전에 미달한 올해 거름생산과제를 무조건 완수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국가 공무원들의 사회적 노동일인) 금요노동의 날(17일)에 맞춰 혜산시 공장, 기업소들이 4톤 적재의 중국산 동방호 자동차(트럭) 50대에 거름을 실어 주변 협동농장들에 보내주었다”며 “거름 생산은 올해 말까지 계속 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 새해 첫 전투 기간에 거름생과제를 미달한 근로자들은 사상투쟁무대에 섰고, 간부들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사상 검토를 받았다”며 “하지만 거름생산과제가 너무 과도해 일반 근로자들도 그래(그렇고), 간부들도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보다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한번 크게 비판을 받고 거름생산과제를 무마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습니다.
“2월 17일부터 2월 20일까지 있는 거름생산총화만 무난히 넘기면 더 이상 거름생산과제 미달을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올해는 새해 첫 전투 기간에 미달한 거름생산과제를 올해 말까지 무조건 완수하라는 것이 중앙의 요구”라면서 “17일, 금요노동의 날에 맞추어 공장, 기업소들에서 협동농장들에 보내 준 거름도 새해 첫 전투 기간에 미달한 거름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0일 “11월 1일부터 공장, 기업소 별로 거름 생산을 시작했다”며 “새해 첫 전투 기간에 미달한 거름생산과제를 올해 중으로 마저 완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공장, 기업소마다 거름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미달된 거름생산과제를 올해 중에 무조건 완수하라고 독촉하고 있으나 아직 인분이나 삼분이 얼지 않아 실어 나를 거름이 없는 형편”이라며 “그런데도 중앙에서 독촉하니 공장, 기업소들은 거리와 마을의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실어 협동농장들에 거름이라는 명목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쓰레기를 받지 말아야 할 협동농장들은 한해 거름 생산을 책임진 도당과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침묵만 지키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동농장들에서는 거름 대신 받은 쓰레기를 논밭에 뿌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