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덮친 장마, 북한으로 올라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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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장마전선으로 인해 한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마전선이 북한에 상륙할 경우 심각한 수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기상청은 북한에 오는 20일 이후 장마전선이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로 인한 수해 예방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는 17일 김덕훈 내각 총리가 황해남도와 평안남도, 남포 등 지역의 농장을 시찰하며 장마철 수해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총리는 폭우와 태풍, 해일 등 재해성 이상기후가 닥칠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배수시설 및 해안방조제 보강 등을 철저히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를 통해 올해 달성해야 하는 경제 분야 ‘12개 중요고지’ 가운데 첫번째로 ‘알곡’을 제시한 바 있는 만큼 수해 발생 최소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한국 기상청의 북한 날씨 예보에 따르면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장마전선이 단기적으로 북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17일 북한의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대부분 지역에서 가끔 비가 내렸습니다. 18일의 경우 구름이 많고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17~18일 이틀간의 예상 강수량은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를 중심으로 5~20mm가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상청의 중기 예보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있는 장마전선이 오는 20~22일 사이 북한으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일 이후부터 정체(장마)전선이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 이후 황해도,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쪽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북한 예보의 경우 자료 확보가 어렵고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 세부 내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매년 장마철마다 수해를 입으면서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비로 인한 큰 피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21년의 경우 8월 초에 함경남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민 5000여 명이 대피하고 주택 1170여 호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최근 한국에 내린 수준의 비가 북한에도 내리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한국과 같은 폭우가 북한 지역에 쏟아진다면 한국보다는 피해가 훨씬 큽니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비슷한 수준으로 비가 와도 한국은 피해가 경미한 반면 북한은 피해가 컸습니다. 북한은 비상재해에 대해 열심히 대비하지만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경우 하루에 80mm 수준의 비만 와도 큰 수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배수로가 주로 흙으로 만들어진 북한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제방 붕괴, 유실, 농경지 침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폭우가 쏟아질 경우 식량 생산량 감소로 직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보통 논밭이 물에 잠기게 되면 벼 뿌리가 썩게 됩니다. 벼 뿌리가 썩는 현상이 나타나면 벼가 제대로 열리지 못합니다. 이 같은 침수로 인해 연말에 곡물 생산량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해 연안의 경우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면 염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그 농작물은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편 지난 5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공동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한의 농업생산량이 평균 이하라고 평가하며 파종기인 3~4월의 가뭄과 7~8월의 홍수로 인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