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집 포기하는 북 주민 늘어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1.11.24
생활고에 집 포기하는 북 주민 늘어 한 북한 여성이 혜산시 주택 사이를 걷고 있다.
/REUTERS

앵커: 요즘 북한 일부지역에서 살고있는 집을 팔아 월동 식량을 마련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겨울 한파가 닥쳐오는데 생활고로 집을 포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22일 “요즘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주택거래가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난한 주민들은 식량 마련을 위해 집을 팔려고 내놓는가 하면 여유 있는 돈주들은 이 기회에 아파트 등 주택을 싼값에 구입하려고 팔려고 내놓은 집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처럼 겨울철에 팔려고 내놓는 집이 늘어나자 신의주시에서 손꼽히는 아파트인 압록강변의 태양형 아파트도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라면서 “강변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 아파트의 거래가격은 원래 중국돈 3만위안 이었는데 코로나사태가 장기화 되고 팔려고 내놓은 집이 늘면서 1만 5천 위안 이하의 싼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여기(북한)에서는 개인이 단층주택이나 아파트를 팔고 사는 것은 불법이지만 집을 산 사람이 행정위원회의 도시경영과에 사업(뇌물)을 해서 새로운 입사증을 교부 받으면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도시경영과에 인맥이 있거나 뇌물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아파트의 경우 팔려고 내놓는 집은 주로 고층세대가 많은데 전력부족으로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어 15층까지 캄캄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수돗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활용수를 직접 길어 올리고 위생실(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어 살기가 매우 힘들어 차라리 집을 팔고 시골의 땅집(단층집)으로 옮겨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한때 중국과의 무역으로 돈 꽤나 만졌던 주민들이 경쟁적으로 압록강변의 원형아파트를 구입해 입사(입주)했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근 2년간 조-중 무역이 막히자 생계의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이 본전을 포기하고 주택을 팔려고 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는 아직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동산이나 부동산 중계업자는 없지만 국가기관인 도시경영과에서 입사증 발급 등 주택 입주자 변경을 관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겨울이 시작되었는데 개인간의 주택거래가 열기를 띠고 있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주택거래 형태가 아주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같은 아파트에서도 돈이 좀 있는 사람은 될수록 아래층에 있는 세대를 구입해 옮겨 가는가 하면 돈이 필요한 사람은 자기가 살고있는 아래층의 집을 돈을 받고 내준 뒤 같은 아파트의 고층 세대로 옮겨 간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아파트뿐 아니라 단층세대들에서도 주택거래가 늘고 있다”면서 “일부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살고 있던 단층주택을 돈을 받고 다른 주민의 명의로 입사증을 교부 받 아 넘겨준 뒤 시골의 땅집을 얻어서 이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은 도시에서 살아보았자 장사도 안 돼 하루 식량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면서 “겨울철을 맞아 월동 식량과 땔감을 마련해야 하고 먹는 물도 먼 곳에서 길어다 먹어야 하는 주민들은 어렵게 받은 두 칸짜리 문화주택을 중국 돈 천 위안에 팔아치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식량과 땔감 마련 등 심각한 생계난에 처한 일부 주민들은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집을 비워둔 채 시골로 떠나기도 한다”면서 “집이라고 해봐야 돈이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시골로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모든 토지와 건물, 주택이 국가 소유로 되어있어 원칙적으로 주택의 매매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신규 주택공급이 중단되었고 일부 도시지역에서 비공식적인 주택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017년 7월 한 보고서를 통해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북한의 국가주도의 주택공급체계가 붕괴되었고 이 때부터 개인간의 주택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소위 돈주로 불리는 자본가들이 국가로부터 토지의 장기 임대권을 얻어낸 후 아파트 등 주택을 지어 입사권(입주권)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형식으로 주택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요도시의 아파트 거래가격이 정해지는 등 주택거래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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