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BC 방송 “북, 경제난 속 해외 불법조업 나서”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20.07.14
 러시아 해역에서 불법 조업으로 나포된 북한 선원.
/호주 ABC 웹사이트 캡처

앵커: 대북제재로 자금줄이 묶인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현금으로 거래하는 모습이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의 한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주(오스트랄리아) A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포린 코레스폰던트(Foreign Correspondent)’는 14일 러시아와 중국 해안가를 떠돌아다니며 조업활동을 벌이는 북한 어선들에 대한 취재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방송은 현지 지역 주민들과 관할 당국 관계자들은 물론 북한 어선 선원들과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방송은 대북제재로 경제사정이 악화된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 인접한 중국, 러시아 지역으로 수백 척의 유령선을 보내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수사당국에 붙잡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120마일 떨어진 나훗카 지역으로 호송된 북한 어선 7척 중 한 배의 선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습니다.

러시아 수사당국의 협조 아래 촬영된 이 영상에서 북한 선원은 “정박한지 한 달 이상됐다”며 “음식이나 술, 담배 등 아무것도 지급된 게 없다”고 실상을 털어놨습니다.

‘북한 총영사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없느냐’는 질문에 이 선원은 “전혀 없다”며 “앞으로 10일 정도 버틸 음식 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지역 주민은 제작진에게 “평생 이 곳에서 살았지만 최근 2년 사이 북한 어선을 처음 봤다”며 “휩쓸려온 어선에서 발견된 시체들은 직접 묻어주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어선들이 사용하는 그물망의 한 일종인 자망(drift net)이 물고기 뿐 아니라 바다새 등 모든 종류의 바다 생물을 포획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2019년부터 적극적으로 불법 조업을 하는 북한 어선들과 어부들을 나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440여 명에 달하는 북한 선원과 어선 5척을 억류했고, 최근 이 중 폭력을 행사한 북한 선원에게 징역형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불법 조업 후 수산물을 판매하는 북한 선원들.
중국에서 불법 조업 후 수산물을 판매하는 북한 선원들.
/호주 ABC 웹사이트 캡처

방송은 또 북중 국경지역인 중국 산둥성에서 북한 어선들이 이렇게 불법 조업으로 잡아 온 수산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수산물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명시된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 중 하나로 수산물 거래는 엄연한 제재 위반입니다.

산둥성에서 수산물 거래를 관할하는 한 중국인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거래 댓가로 받는 현금은 모두 북한 군에 우선 지급되는 것으로 안다”며 “어부들이 받는 보상은 정작 쌀 150그램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재 전문가인 미국 카론 법률정보 회사의 조슈아 쉬래거(Joshua Shrager) 부사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경제적 위기에 놓인 북한에 있어 해외 불법 조업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쉬래거 부사장: 북한이 강력한 제재 아래 더 많은 경화를 찾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선원들을 보내는 것은 큰 노력이나 계획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조업은) 북한에 돈을 벌어다주고, 북한 경제를 돕는 데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일 겁니다.

쉬래거 부사장은 또 소형 어선들은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선박식별번호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불법 어선을 구별하고 인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14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