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QR코드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19.12.23
card_payment_b 사진은 평양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객의 카드로 결재를 하고 있다.
/AP Phot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상품식별부호, QR코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중국의 모바일 머니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한마디로 중국 사람들, 이젠 지갑 대신에 손전화를 가지고 다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위조 지폐가 많이 돌아다녀서 현금 지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고, 은행거래도 많지 않아서 손전화를 이용한 전자거래가 정착하기 쉬웠습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북한과 사정이 비슷하죠? 물론 손전화 전자거래는 북한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말입니다.

중국에서 손전화 전자결제가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쓰인 데는 QR코드, 상품식별부호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2차원 상품식별부호라고 부르던데요, 사각형 안에 짧은 선이나 점을 넣어서 특이한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어떤 고유한 부호의 역할을 해서 전자기기를 갖다 대면 각종 정보가 뜨는 거죠.

북한에서도 기업소와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에 QR코드가 붙어 있는 걸 많이 보셨을 겁니다. 주로 평양에 온 외국인들에게 팔거나 외국에 내다팔 물건들입니다. 장마당에서 파는 수입제품들에도 QR코드가 붙어 있는 걸 저도 동영상에서 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직 QR코드가 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쓰일 정도로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거겠죠.

QR코드 안에는 숫자 7천 개, 문자는 4천 개까지 정보를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가 그걸 읽어내는 겁니다. 그래서 QR코드를 붙이면 그 상품의 가격과 이름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정보들도 쉽게 담을 수 있습니다. 기업소와 공장 입장에서는 재고관리에 아주 편리하겠죠. 북한이 올봄에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성과를 선전하는 중국어 특별 화보집을 출판했는데요, 여기에도 QR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손전화 사진으로 이걸 찍어서 내려받으면 손전화로도 화보집을 볼 수 있습니다.

매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자기의 고유 QR코드가 있으면 현금 거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건을 산 사람이 손전화 사진으로 매대 QR코드를 찍은 다음에 물건값을 결제하면 됩니다. 식당에서도 자기가 먹은 자리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손전화로 찍어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식당 봉사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의 거래를 하기 때문에, 심지어 꽃제비들도 깡통에 자기 QR코드를 붙여 놓고 구걸을 합니다.

물론 이런 전자거래가 가능하려면 전에 설명드린 모바일 머니가 도입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 탁자에 붙은 QR코드를 손전화 사진으로 찍으면 자기가 먹은 음식 값이 뜨는데요, 이걸 손전화에 저장된 계좌, 모바일 머니에서 결제하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QR코드의 이런 편리함을 인식하고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월간지 ‘천리마’ 10월호에 실린 글이 이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확대 도입되고 있는 상품식별부호”라는 제목의 글인데요, QR코드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표현하고 오류 정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도 최근 기사에서 QR코드는 정보산업 시대의 요구에 맞게 인민 소비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인다고 소개하고 했습니다. 가짜상품, 위조상품의 유통을 없애고 상품판매 봉사의 정보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까지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 추세에 맞게 손전화로 QR코드를 운영해서 상업봉사 사업을 정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평양에 있는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QR코드를 이용한 전자결제가 시작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 전문 여행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건데요, 양각도 국제호텔이 지난 4월 보수작업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면서 이른바 ‘비접촉식 결제’ 봉사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손전화 사진으로 QR코드를 찍으니까 기계끼리 서로 접촉할 일이 없겠죠. 이렇게 북한에도 편리한 세상이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장마당 매대에서 QR카드로 결제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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