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금세탁 북한인 문철명, 미 법원에 “형량 낮춰달라”

워싱턴-조진우 choj@rfa.org
2023.01.09
북 자금세탁 북한인 문철명, 미 법원에 “형량 낮춰달라”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법원 건물.
/AP

앵커: 북한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미국에서 구속기소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오는 20일 최종 선고기일을 앞두고 미 연방법원에 형량을 낮춰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철명 측 변호인은 8일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문씨의 형량을 낮춰줄 것을 요청하는 양형 각서’(Sentencing Memorandum)을 제출했습니다.

 

앞서 미국 보호관찰소(Probation Office)는 미국 연방 양형기준에 따라 문 씨 형량을 121~151개월로 계산했는데, 문 씨가 구금된 기간’(Time served) 만큼인 약 4년의 형량만 선고해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문 씨 측 변호인은 문 씨의 나이(57)와 중국에서 암 투병 중인 아내, 판결 전 구금 기간인 미결구금 기간’, 이전 범죄 기록이 없는 점, 이번 사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형을 마친 뒤 문 씨가 강제 추방될 것이 확실하기에 ‘보호관찰’(supervised release) 명령은 내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문 씨가 말레이시아에서 약 2년간 구금된 뒤 곧바로 미국에 송환돼 계속해서 구금돼 있는 상태라며, 특히 영어를 하지 못하는 문 씨가 구금기간 동안 독방에 있는 것처럼 그 누구와도 교류없이 지내며 아내의 유방암 투병과 가족들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 씨의 체포로 두 딸이 정서적,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점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변호인은 체포당시 문 씨 외 다른 공범들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문 씨만 유일하게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문 씨는 미국에 해를 입힐 목적의 물품이나 무기가 아닌 주류와 담배, 설탕 등을 수입하다 자금세탁을 한 것이기에 국가 안보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문 씨가 형을 마친 뒤에도 이민구치소에 구금된다며, 미국과 북한이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여행 증명서가 없는 문 씨가 출국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법원의 판결과 추방명령에 항소하지 않기로 동의한 점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문 씨가 ‘앨포트 플리’(Alford Plea) 방식의 형량 조정을 채택함으로서 유죄를 인정한 다른 피고인들처럼 복잡한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아 법원과 정부기관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무기 밀수 계획에 참여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한 피고인이 46개월형을 선고받은 내용 등 2012~2019회계연도 사이 문 씨와 유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들의 혐의와 최종 형량 등 수십건의 사건기록을 참고문건으로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검사출신인 재미한인 정홍균 변호사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문 씨가 앨포트 플리 방식을 선택한 것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비교적 높은 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홍균 변호사: 미국 정부가 이 케이스(사건)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있고, 2, 3의 문철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면 (형량을) 높게 선고할거고...

 

앞서 문 씨는 20134월부터 201811월까지 공범들과 함께 사치품을 북한에 반입하고, 미국 금융시스템에 부정하게 접근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등 160만 달러 규모의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습니다.

 

이후 문 씨는 2019 6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돼 2021 3월 북한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문 씨의 최종 선고기일은 오는 20일입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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