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제재·코로나19 영향”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1.05.17
“북 경제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제재·코로나19 영향” 북한 신의주의 압록강 변에서 고개를 숙이고 북한 군인이 걸어가고 있다.
AP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10, 특히 최근 5년 동안의 경제 실적이 크게 나빠져 이른바 북한판잃어버린 10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7일 서울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남북 관계 전문가 토론회.

북한 경제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이 논의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의 북한 경제가 이른바 ‘잃어버린10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북한 경제 실적과 관련해 전반부 5년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후반부 5년은 크게 나빠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된 고강도의 대북 제재와 2020년 이후 벌어진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의 영향이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양 교수는 북한 경제가 성장과 역성장을 반복하다가 2017년 이후 역성장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부터 경제 고도성장 전략에 시동을 걸고 2018년에는 본격적인 미북 비핵화 대화에 나섰지만, 다음 해 2월 하노이회담 결렬로 제재 완화에 실패했고 2020년부터는 신형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 충격이 더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2021 5월 기준으로 북한의 GDP, 즉 국내총생산이 김정은 집권 초기보다 악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양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경제성장 5개년 계획과 관련해 대북제재를 상수로 놓고 수립한 최소 목표치라고 평가하며 고정불변이라기보다는 다소 유동적, 과도기적 성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시장 활용 정책을 비롯한 경제 개혁적 요소를 포함시키는 등 김정은 집권 이후의 큰 정책 기조는 유지했지만, 중앙집권적 경제운영이나 자력갱생 및 자급자족 유지, 경제운영에 대한 정치논리의 개입 등 일부 퇴행적 요소도 찾아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면을 개혁의 부분적 후퇴라고 볼 수는 있어도 아직 전면적 후퇴로 볼 근거는 없으며, 전통적인 계획경제로의 회귀로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 경제가 이른바 ‘삼중고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북중 간 무역 침체, 공식경제 침체, 외화 부족 등 세 가지 어려움에 시달리는 가운데 당이 주도하는 고난의 행군을 추진하고 있지만 낙후된 이데올로기나 대중 선동 구호를 통한 경제 돌파구 마련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양 실장의 평가입니다.

양 실장은 북한 주민들은 시장 경제에 이미 적응했다며 “위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고 북한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식량 상황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1990년대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같은 대기근이 북한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나 한국 농촌진흥청의 북한 식량 생산 통계는 곡물 위주의 제한적인 통계이며 북한의 실제 식량 생산 현황을 다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개인 농업이 발전하고 협동농장 운영도 상당 부분 자율화돼 곡물 뿐 아니라 다른 농수산물 생산이 많이 늘어났다며, 북한 주민들이 최소한의 식량 자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식량과 식품의 유통 분배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것이 김 선임연구위원의 평가입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는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의 식량이 실제로 감소했더라도 북한 주민이 직접 느끼는 어려움은 ‘고난의 행군당시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1990년대에는 북한 주민들이 배급에 익숙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국이 식량 배급을 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북한 주민 대부분이 장마당이라는 시장과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시장은 북한 주민에게 스스로 먹고 살 방도를 찾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이 남북 양자 협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 재개시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앞서 한국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와 신형 코로나 사태, 지난해 여름 태풍 피해 등으로 인해 올해 북한 내 식량난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2):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정확하게 추계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정부는 올해 북한에서 100만 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2020년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이 2019년에 비해 24만 톤 정도 감소한 440만 톤 내외가 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이른바 ‘한반도 신경제 구상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사전 협의 과정도 필요한 만큼 북한 측이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협력 주체로 나서는 것 보다는 인도주의적 성격의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의 봉쇄정책이 완화되는 시점에 민간 부문을 앞세워 북측의 의사를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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