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일연 “북, 공식 경제활동참여율 역대 최저…대북제재 영향”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0.10.29
slide.jpg 북한의 공식·비공식 경제활동 참여율.
사진 출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0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설문조사 자료집

앵커: 북한 가계의 공식적 경제활동 참여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북제재의 여파로 공식 기업소의 생산활동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9일 발표한 ‘2020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설문조사.

지난해 또는 올해 북한을 이탈한 109명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원 중 1명이라도 공식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71.6%에 그쳤습니다.

북한 가계의 공식 경제활동 참여율이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겁니다.

해당 수치는 2018년 90%를 넘어섰지만 2019년 75.9%로 급락한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기업소나 공장 등 공식 직장에 나갔더라도 소득이 전혀 없었다는 응답은 6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경제활동 관련 조사를 담당한 이종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추세가 대북제재의 여파로 북한 내 공식 기업소의 생산활동이 저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종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작년 조사와 올해 조사, 그러니까 2018년과 2019년에는 공식 직장에 출근을 아무도 안하고 있다는 응답이 확 늘어난 부분이 제재 이후 공식 기업이 어려워 졌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나…

또 소득 사업 수행 시 애로사항으로 예년에는 단속 그리고 뇌물이 가장 많이 꼽혔다면 올해 조사에서는 사업 밑천 마련이 1위를 차지했다며 이 역시 북한의 경제난을 반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비공식 경제활동 참여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90%를 웃돌았습니다.

이종민 부연구위원은 북한 가계가 소득의 대부분을 비공식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있고 계층 분화 역시 공식 소득이 아닌 비공식 소득에 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 규모의 확대는 북한의 보건의료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장마당 또는 개인 약국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0%에 달해 2011년 70%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의료기관 이용 시 뒷돈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년과 같이 40%를 웃돌았습니다.

이혜원 연세대학교 교수는 비공식 의료 규모의 증가로 환자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혜원 연세대학교 교수: 비공식 의료 그리고 개인이 직접 구매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환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환자의 경제적 사정이 의료 접근성 장애요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환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이 구조는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식자는 거의 없다는 응답이 지속됐고 주식을 거의 입쌀로 먹었다는 응답은 68.8%로 전년과 비슷했습니다.

북한 의식주 생활 변화 조사를 담당한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곡물 수입을 대폭 늘린 결과가 작용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작년에 북한이 곡물을 수입한 통계를 보면 굉장히 공세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쌀, 밀가루의 경우 역대 근 몇년 사이 가장 많은 액수를 수입을 해왔기 때문에 제재로 인해 일반 주민들이 식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상쇄되지 않았나…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수입액은 전년 대비 약 242% 늘어난 약 9천 57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정은미 부연구위원은 다만 올해는 북한이 대북제재, 신형 코로나, 그리고 수해가 겹친 ‘삼중고’를 겪으면서 의식주 생활 전반의 수준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의 통일 의지는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일을 매우 원한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5% 포인트 이상 하락한 78.9%로 2011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북한에 있을 당시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봤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13% 포인트 이상 증가한 63.3%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을 적대 대상으로 봤다는 응답은 18.3%로 전년에 비해 11%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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