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로 지은 살림집에 입주한 북한 양강도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살림집이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전국 당원돌격대가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의 공사 끝에 완공한 양강도 농촌 살림집은 총 650여 세대에 달합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5일, 살림집에 입주하는 양강도 농촌 주민들의 모습을 요란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착 살림집을 받은 주민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지난 5일에 새 살림집을 받은 사람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군사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결혼을 한 사람들”이라며 “결혼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집이 없어 부모나 형제들에게 얹혀 살던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농촌에 살림집들을 많이 짓는다고 하나 아직 집이 없어 부모나 형제들 집에 얹혀 사는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그나마 새로 지은 살림집들도 농촌의 실정을 완전히 무시한 도시형 살림집이어서 입주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농촌 살림집은 무엇보다 텃밭이 커야 하고 집짐승을 키울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새로 짓는 농촌 살림집들은 보통 2~3층으로 개인 텃밭이나 축산 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살림집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이번에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에 지은 농촌 살림집들은 전국의 다른 협동농장들에 지은 살림집들과 마찬가지로 평양도시설계사업소에서 설계해 김정은의 비준을 받은 표준 살림집들”이라며 “벽체 두께까지 일일이 다 정해져 있어 양강도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양강도는 겨울철 밤 온도가 영하 36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살림집 외벽 두께가 보통 45~50cm”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지은 농촌 살림집의 외벽 두께는 얇은 곳이 35cm, 두터운 곳이 40cm”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2층과 3층으로 된 아파트 살림집들은 시멘트로 지었으나 단층 살림집들은 토피(흙벽돌)로 벽을 쌓고 진흙으로 미장을 했다”며 “아파트 살림집을 받은 사람들은 인상이 좋지 않았고, 단층 살림집을 받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 살림집은 보온 효과가 낮아 겨울에 추위를 견딜 수 없고, 텃밭 농사나 집짐승을 기르는데도 불편하기 때문”이라며 “진흙으로 지은 단층 살림집은 보온 효과가 뛰어난데다 텃밭 농사를 짓고 집짐승을 키우는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집집마다 수도가 있고 위생실(화장실)도 있지만 실제 수도망이나 수원지가 없고, 앞으로도 수도망이나 수원지를 건설할 계획이 없어 수도와 위생실은 있으나 마나”라며 “입주한 주민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주변 시냇가에서 마실 물을 길러 오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
그러면서 소식통은 "새로 지은 농촌 살림집들을 가리켜 주민들은 (벽이 얇아) 여름 한철에 딱 좋은 살림집이라고 말들을 한다"면서 "땔감도 변변치 않은데다 벽체가 얇아 올 겨울 새로 지은 살림집에 입주한 사람들은 추위로 고생할 각오를 든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불만이 이렇게 많은데도 집을 그렇게 지은 이유는 평양설계사업소에서 표준 설계로 만든 집들을 그대로 따라 지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벽이 얇은 것도 평양지방에 맞춰 설계된 표준 설계대로 지었기 때문이라는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집을 2, 3층으로 지은 것은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이 현대식 살림집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는 설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