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선물할 가방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113번째 생일인 4월 15일에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학생 모두에게 가방을 선물한다는 것인데 생산 인력이 부족해 고액 월급을 약속하면서 가방을 만들 주부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 조선노동당 제8기 9차전원회의에서, 2023년을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로 빛낸 성과 중 교육강국, 인재강국 건설을 위한 교육사업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고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사업에서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오는 4월 학생들에게 가방을 선물할 것을 결정하고 각 도에 선물가방 생산을 지시했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3일 "당 제8기 9차 전원회의가 끝나자 공장에서 학생용 가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당에서 교육강국, 인재강국을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가방을 선물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 시대에 대학생까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방을 다 선물한 적도 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에게 가방을 사서 쓰도록 했고 이번에는 공짜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번에 생산하는 학생용 가방은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2022년에는 새로 입학하는 소학교 학생들만 대상으로 가방을 선물하였는데 올해는 전체 학생들이 가방 선물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도당의 지시에 따라 10일부터 청진가방공장(수남구역)에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선물용 가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생산에 필요한 전력, 설비, 자재는 기본적으로 보장되는데 비해 생산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태양절을 앞두고 가방생산 기일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도당위원회 선물준비위원회는 도내의 시, 군, 구역에서 가두노력(가정주부 노동력)으로 보충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에 각 구역에서 동사무소를 통해 가두여성들을 상대로 노력(인력)을 모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선물용 가방생산에 자원하라는 지시에 나서는 사람이 없자 급해맞은(다급해진)당에서 고액의 월급을 준다고 조건부를 달았다"면서 "가방생산에 동원되면 최근 새로 지정된 생활비(월급)로 계산해 돈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노력 모집은 결혼한 가정주부 중에서 마선(미싱)을 할 줄 알면 북한돈으로 월 10만원(미화 11.76달러)을 받게 된다고 전해졌다"면서 "하지만 추위에 밤새워 일을 한다해도 공장에서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월급을 삭감해, 약속된 액수의 절반도 받지 못하게 될까봐 주부들이 잘 나서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4일 "요즘 갑자기 제기된 가방생산 때문에 노력을 선발하느라 동사무소마다 인민반 회의를 조직하고 있다"면서 "마선(미싱)을 다루는 젊은 가두여성 중에 지원하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는 4월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맞으며 '태양절' 학생용 선물가방을 공급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갑작스러운 가방생산 지시에 양강도 혜산 가방공장에서 일할 생산인력을 모집하느라 날마다 독촉이 심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특히 이번 가방선물은 지난 2022년 갓 입학하는 학생들에만 공급한 것과 달리 전체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학생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게다가 4월 1일 개학 전에 선물행사를 마칠 것으로 알려져 가방 생산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이번에 생산하는 선물가방의 재료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급히 수입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산 가방재료에 가정주부들을 동원시켜 만든 가방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또 김정은의 교육강국, 인재강국 사상을 선전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22년 4월 15일을 맞아 소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가방을 선물하였습니다. 하지만 선물공급 날짜를 맞추지 못하게 되자 북한 당국은 부족한 물량을 중국 측에 대신 생산해달라고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 관련기사)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