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산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북한 지방정부(인민위원회)가 무허가로 운영되던 개인 정육점을 전수 조사하고 세수 대상으로 등록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지방예산은 시, 군에 자리한 국영기업 등의 경영활동을 토대로 지역에서 발생한 순소득이 인민위원회에 납부되어 마련되었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국영기업 가동률이 하락하고 시장화가 진전되며 개인 생산기지와 식당, 종합시장 등에서 (장세, 수익금)세금을 징수해 확충했습니다.
이렇게 확충된 지방예산은 국가예산납부제도에 따라 일부를 중앙에 바치고 나머지 예산을 지방경제 발전에 사용하는 데, 코로나 장기화로 세수가 급감하자 지방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주부터 고원군에서는 인민위원회 간부가 동네를 다니며 ‘도살집’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살집’이란 지역 주민들이 기르는 돼지를 사들여 자택 마당에서 부위별 각을 뜬 돼지고기를 장마당과 상점 등에 도매하는 개인 집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개인 도살꾼들은 자기 집에서 돼지를 잡아 팔았기 때문에 시장관리소에도 등록되지 않고, 개인 식당처럼 지방정부에도 등록되지 않아, 수익금(의 일부)을 지방정부에 바치지 않고 장사를 해왔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등록된 도살꾼들은 월 수익금의 10%를 지방정부에 바쳐야 한다”며 “월 수익금은 월말 지방정부 간부가 도살집을 다니며 징수한다고 포치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고원군 덕사노동자구에서 지방정부에 등록된 개인 도살꾼은 5명이지만 군 전체로 조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이달 들어 단천에서는 인민반장을 통해 개인 도살꾼들을 전부 지방정부에 등록하고 수익금의 10%를 ‘장세’로 바치도록 포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도살꾼들은 ‘내 집에서 돼지를 잡아 고기장사꾼들에게 넘겨주면서 장사하는 데 무슨 장세(장마당사용료)를 내라고 하냐’며 항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방정부 간부는 ‘돼지도살은 개인 집에서 하지만 고기는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장마당에 넘겨 판매하므로 매달 수익금의 10%를 장세로 바쳐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한편 북한 지방도시에는 2000년대 장마당이 들어서면서, 지방정부 명의로 운영되는 개인 정육점도 2~3곳 정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당 정육점은 장마당 입구에 건물을 짓고 인민위원회 소속이라는 상호명을 걸고 고기장사하면서(고기를 팔면서), 수익금의 30% 정도를 매달 지방정부에 바치는 댓가로 (농촌지원 등으로) 장마당 운영이 일시 중단되어도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지방정부 조사로 등록된 개인 도살집에도 지방정부 산하 고기집이라는 간판을 달도록 조치되었으나 도살꾼들은 반갑지 않은 반응”이라며 “모내기전투나 가을전투가 시작되면 장마당이 중단되어 개인 도살꾼들도 고기 판매가 중단되는데 매달 수익금의 일부를 바쳐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지방정부 소속으로 등록이 되면 돼지고기 품질을 검열한다며 위생방역소 간부가 뇌물을 요구하거나 명절마다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 돼지고기를 요구하는 안전원을 비롯한 지방정부 간부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