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돈 소중히 다루라는 지시에 주민들 외화몰수 의도 의심”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11.26
china_money_b.jpg 당당하게 중국 원으로 거래하는 노점상 여성이 손에1원짜리 중국돈을 쥐고 있다. 2013년 10월 양강도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화, 즉 북한화폐를 소홀히 다루는 현상을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북한 주민들은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북한화폐의 손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주민이 보유한 외화를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월 초 북한 주민들이 외국 돈을 소중히 다루는 한편 북한 돈은 소홀히 다루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평양 중앙은행으로 들어간 북한 지폐가 너덜너덜 파손된 것이 대량 있다는 보고를 받은 김 국무위원장의 조치라는 노동당원인 내부 취재협력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북한돈은 이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가치가 없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평양에서는 거의가 미국 달러 중심, 그리고 북부 지역의 량강도·평안북도·함경남북도 이런 지역들은 중국 위안화 중심으로 실제 경제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경제생활에서 외국돈을 소중하게 다루는 당연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파손되면 자기한테 손해가 되니까…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돈은 국가계획 관련 사업 등을 책정하고 정부나 노동당 기관 직원의 급여 지급 등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소홀히 여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학교 교원 월급이 북한돈 2천 원인데, 11월 중순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 백미 1킬로그램이 북한돈 5천원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밝혔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교원은 한 달 월급으로 백미 500그램 밖에 살 수 없는 실정이라 대다수의 북한 주민은 부업으로 외화를 벌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은행에서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즉각 집행하기 위해 손상된 낡은 북한 지폐를 교환할 때 손상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손상 정도에 따라서는 교환이나 사용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인민반을 통해서 이런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은 의도가 있을거다는 생각을 (주민들이) 당연히 합니다. 이걸 구실로 해서 사실은 외화 사용, 유통에 대한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조치가 아닌가 하는 거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당국이 석탄 수출 등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차질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몰수하려는 꼼수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한국 대한무역진흥공사 즉 코트라는 지난 7월 발표한 ‘2018년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전년도보다 50퍼센트 가까이 감소한 미화 29억 4천만 달러로 집계했습니다.

코트라는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대외 교역량이 지난해 처음 30억 달러를 넘지 못한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2017년 8월 시행된 안보리 결의 2371호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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