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 신용도 위해 채무 재조정부터 해야”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19.08.19
imf_wb_meeting_b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IMF 세계 은행 연차 총회' 모습.
AP PHOTO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금융 신용도를 쌓기 위해서는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과 채무 재조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신용등급 평가사인 ‘무디스’에서 아시아국가신용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톰 번(Tom Byrne) 회장은 핵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경제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국제사회로부터 금융 관련 신용을 쌓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번 회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유럽, 일본 등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들과의 채무 재조정을 통한 관계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08년 악성 채무국으로 전락했던 쿠바가 중국과 채권 만기를 연장한 후 2015년 선진국 채권 모임인 파리클럽에서 채무 규모를 최대 80% 가까이 줄이는 재조정 합의를 맺었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북한도 이와 비슷한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번 회장은 채권국과 채권기관으로서는 채무액의 일부라도 상환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북한과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후 쿠바는 채권국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금융 위험도를 낮추고, 자연스럽게 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투자와 대출을 받게 됐습니다.

번 회장은 북한이 이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통해 세계은행(World Bank)으로부터 각종 개발 지원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번 회장은 그러나 현재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큰 진전이 없는데다 미국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이행되는 정치적 상황에서 실제 가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번 회장: 현재 북한이 미국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제재 해제의 조건인 비핵화 절차를 밟기 전까지 북한의 IMF 가입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번 회장은 이밖에도 북한의 돈세탁 문제와 인권문제 등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에 얽혀있기 때문에 당장 비핵화 절차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북한의 국제금융기관 가입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번 회장은 북한이 IMF에 가입하게 되면 우선 직접적인 개발지원금 원조를 받는데 앞서 국제 시장에 대한 이해나 신용도 회복 방법, 통화 정책 등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Jonathan Corrado) 정책 담당관은 북한이 금융 투명성을 증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IMF 가입에 필요한 객관적인 통계수집 등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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