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북한의 시장경제 전망] ② 포전담당책임제의 명암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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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위원장이 밝힌 경제부문 첫 순위는 경제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입니다. 북한은 2012년 협동농장의 농지를 분조별로 나눠 책임경작하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일한 만큼 더 분배해준다는 포전담당제는 오히려 신흥 돈주들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2019년 북한의 시장경제 전망’을 세차례에 나눠 기획 보도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포전담당책임제의 명암’ 편입니다.

보도에 손혜민 기자입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돈주만 가능’

북한 협동농장들이 도입한 포전담당책임제가 오히려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주들이 국가소유 농경지를 임대한 다음 농민들을 고용해 경작하면서 신흥 지주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황해북도의 한 소식통은 8일 “지난 2013년부터 황해북도의 미곡, 봉산협동농장 등에 시범적으로 개인농(포전담당책임제)이 도입되었다”면서 “분조단위는 농장원3~5명으로 구성되고 한 세대에 정노력(농장원)이 세 명이면 가족단위로 땅을 나눠줬는데 분조원 한 사람당 1700평씩, 총 5천 평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농장작업반에서는 분조마다 약간의 비료를 공급하고 부림소와 농기구도 사용하도록 했다”면서 “처음으로 자기 땅을 받게 된 농민들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이악스레(악착같이) 농사지어 농장에 70%의 알곡을 바치고도 한해 필요량을 충족시킬 만큼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러나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가 망하면 수확량이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지만 농장간부들은 국가계획량은 무조건 내야 한다며 수확량의 대부분을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결국 농민들은 자기 먹을 식량도 남기지 못해 빈손으로 나 앉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분조농민들은 국가계획량을 바치고 나면 식량부족을 겪게 되고 다음해 농사를 위한 비료도 구입할 수 없다”면서 “비료와 영농자재 부족으로 가을에 계획된 수확량에 훨씬 못 미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농장간부들은 상부로부터 국가알곡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두려워 분조농민들에 할당한 땅을 도로 빼앗아 돈주들에게 임대해줌으로써 알곡생산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돈주들은 비료와 영농자재를 충분히 투입하고 농민들을 고용해 농사를 지은 다음 농장에 바치는 식량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고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황해북도 농민: “주변(능력)없는 사람은 임대 땅도 못해요. 땅이 없어서. 심는 종자요 비료요 다 사려면 돈주들이나 하지 돈주 아니면 못해요”

‘포전담당책임제 분배비율 바꾸는 농장도 등장’

황해북도의 소식통은 “원래 포전담당책임제는 국가에 생산량의 70%를 바치고 분조원들이 나머지 30%를 분배해 갖는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2018년부터 생산실적이 우수한 일부 농장은 농장 재량으로 분배비율을 정할 수 있게 바뀌었다”면서 “생산량의 반 이상을 농사꾼이 차지하고 나머지를 국가가 가져가는 농장도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국영 농경지를 임대한 돈주들이 농사하는 방법은 국가에 바칠 만큼의 알곡만 재배하고 나머지 땅에는 수익성이 높은 수박, 땅콩, 고추 등을 재배해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면서 “현재 황해남도, 황해북도 시장에서 수박 한 키로 가격은 내화 1500원, 수박 한통(3kg) 가격은 5천원, 땅콩 한 키로 4천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해북도 농민: “강냉이 안 심는단 말이야요. 농장에 내놓을 것만 심고...100% 거기다가 수박이 비싸지, 땅콩, 고추 그런거 심는단 말이야요.”

‘농민은 명줄만 유지하며 살아요’

소식통은 “포전담당책임제가 제대로 실시되나 했더니 돈이 없는 농민들은 돈주의 농장에 고용되어 일하는 지주와 소작농의 구조가 생겨났다”면서 “마음 고운 돈주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면 하루 강냉이 두 키로 받지만 인색한 돈주에 고용되면 하루 종일 땅을 뚜지고도(파고도) 두 끼 국수 밖에 못 얻어 먹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황해북도 농민: “일해주면 하루 강내 한키로 아니면 두 키로 주지뭐. 새벽부터…강냉이 두키로 안주고 먹여나 주면서 삼시 땅 뚜지는 것도 있는데 국수나 한그릇…그냥 명줄만 유지하느라고...”

한국 탈북자동지회 서재평국장의 말입니다.

서재평 국장: “북한에서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가 농업생산량을 높이는 역할을 하겠지만 지방에 따라 다릅니다. 실제로 혜택가는 부문은 있다고 봐요. 그러나 혜택부문에서 실제 어려운 농민에게 혜택이 가는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 지금 김정은의 중국 방문기간인데 경제실무단도 동행하였어요. 중국에서 개혁개방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농업부문이에요. 중국처럼 개혁개방하려면 지금보다 농업정책을 바꾸어야 하니까 중국의 농업정책부문을 많이 따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민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알곡 생산을 늘린다는 목적에서 시작된 포전담당책임제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지만 요즘에는 일부 돈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위원장의 농업 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된 포전담당책임제가 북한의 실패한 농업정책을 보완하고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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