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장 일부 간부들, 빚 독촉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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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연일 올해 농사가 잘됐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봄철 영농자금을 개인에게 빌려 빚더미에 앉은 일부 농장 간부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들어 북한 당국은 쌀 포대를 쌓아놓고 올 결산 분배가 진행된 농장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사회주의농촌건설사에 특기할 기적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영농자재가 최우선 보장되도록 조치해 준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인해 농사 작황이 좋다는 것인데, 영농자금을 마련하려고 올해 봄 개인 돈을 빌려 지금은 빚더미에 앉은 농장 간부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입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증산군 농장에서 작업반장들은 개인 돈주를 피해 숨어 다닌다”며 “돈주에게 빚 독촉을 받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해마다 봄철이면 북한 농장간부들은 밭갈이에 필요한 연료부터 모판에 씌워야 할 비닐박막 등을 장마당에서 사들일 수 있는 영농자금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에서 공급하던 영농자금과 영농자재를 농장 자체로 해결하라는 게 당국의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농장 간부들은 개인 돈주에게 고리대자금을 빌려 영농자재를 마련해 농사를 짓고, 가을에 농장에서 수확한 현물 알곡으로 물어주는(갚는) 관행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소식통은 “농장간부들이 개인에게 돌린(빌린) 고리대자금을 물어주는 방식은 정보당 수확고를 조절하거나 탈곡이 끝나고 11월 말부터 농민들에게 주는 결산 분배량에서 잘라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들어 일부 농장에서 결산분배하는 현장을 꾸며놓고 풍년 작황을 선전하고 있어 농장에 돈을 꿔준 개인 돈주들이 급하게 농장간부를 찾아다니며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아직 증산군에서는 벼 탈곡이 한창이어서 결산 분배는 11월 말이나 12월 초 실행된다”며 “그런데 당국이 쌀 포대를 쌓아놓고 결산분배했다는 거짓 선전 때문에 농장간부들 속에서는 어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아직 용천군에서는 탈곡이 안 끝나 분배 결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당국이 일부 농장을 내세워 농민들에게 쌀 마대가 분배되는 모습을 선전하는 바람에 농장간부들의 한숨이 깊어진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장에서 결산분배하는 현장이 선전되면 봄철 개인에게 영농자금을 꿔다 쓴 농장간부들은 개인 돈주들에게 빚 독촉을 받는다”며 “보통 결산 분배 하기 전 농장간부들은 개인에게 돌린 고리대자금을 알곡현물로 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달 들어 최고존엄의 업적으로 농사가 잘됐다고 본보기 농장으로 내세워지면, 다른 농장들도 그 본보기 농장처럼 국가에 바쳐야 할 알곡 계획을 초과 수행해야 하고, 그러면 개인에게 물어주어야 할 현물 알곡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개인 돈주들이 잘 알고 있어 빚 독촉을 서두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농장간부들은 탈곡이 안 끝났으니 개인 돈주에게 기다려달라고 사정 해보지만 11월 말이 되면 탈곡도 끝나고 결산 분배가 시작되는데, 개인 돈주들에게 물어주어야 할 현물 알곡이 없는 농장간부들은 개인 돈주에게 쫒겨 언제까지 숨어 다닐지 모를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한 농장이 개인에게 진 빚을 물어주려면 한해 수확량의 몇 퍼센트 줘야 하는지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작업반장은 봄철 밭갈이에 필요한 디젤유를 개인 장사꾼에게 3톤 가져오면 가을에 두배로 물어줘야 해 디젤유 6톤가격으로 알곡 현물을 줘야 하고, 비닐박막, 비료 등도 개인에게 1천달러 빌려 구입하는데 이것도 역시 가을에 두배로 물어주는 것이 관행이므로 2천달러 계산해 알곡 현물을 개인에게 줘야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빚이 농경지에서 수확하는 양의 20%정도면 물어줄 수 있지만, 해마다 농장에 군량미 계획이 늘어나면 군량미를 내고 또 국가계획량도 바쳐야 하고 농사도 안되고 하면 개인에게 줘야 할 현물 알곡이 적거나 없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가 예년에 보기 드문 작황을 맞이했다며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가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