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업 기계화’ 자랑…전문가 “연료∙유지보수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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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최근 평양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농업 기계 전시회를 열어 수백여 종의 농기계를 선보이며 그 성능을 자랑했습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농기계의 기대수명이 짧고 연료 부족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 당의 지도간부들과 함께 평양에 위치한 3대 혁명전시관에서 농기계 전시회를 돌아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전시회장에는 각종 트랙터(뜨락또르), 모내는기계, 농업용무인직승기, 밀보리파종기, 이동식 강냉이 종합 탈곡기를 비롯한 수백 종에 달하는 농기계들이 전시됐다” 면서 자체의 기술력과 높은 성능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선보인 기계들이 농업에 사용될 수 있는지, 연료 충당과 유지 보수는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회가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을 몇 가지 새로운 작품으로 구성된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농업 전문가인 제리 넬슨 미주리대 명예교수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농기계는 관리할 수 있는, 훈련된 기술자들이 많지 않아 기대 수명이 짧고 문제가 발생해도 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 각 농장마다 농기계가 보급된다고 해도 기계로 대체되지 않은 가축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제리 넬슨 미주리대 명예교수 : 북한은 고품질 기계를 개발하는 데 있어 현대적인 방식을 모두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트랙터를 사용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연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 기계가 부족하고 비료나 종자를 살 돈이 없어서 제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농기계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최근 전시회는 이미 있는 기술에 조금 더 보강한 것뿐입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농업에서 비료 문제, 농약 문제, 품종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농기계 기술이 가장 열악한 부문으로 손꼽혀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 북한 전시회는 김정은에게 보고하기 위한 목적의 존재이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을 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농장의 수요에 이제 부합한다든지 또 그런 기계들이 앞으로 계속 생산이 될 수 있는 생산라인이 마련됐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비판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 같고요.

조 연구소장은 다만 “북한 내 농업부문 발전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양이나 색감을 봤을 때 농기계 부문에서도 뭔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 옛날에 순전히 자력갱생만 강조하던 것과는 달리 (외부에서 자재를 들여와) 그 정도 도색을 하려면 북한이 수입 자재 아니면 안 되거든요. 그 다음에 이제 트랙터 같은 경우에 사람이 앉는 이런 부문에 이제 강화유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이 자체로 열처리한 강화 유리를 만들지 못해요. 아직 북한 기술로 그런 것들을 보면 완전히 순전한 자력갱생은 아니지만 벤치마킹 정도라도 해서 따라가려고 하는 그런 것들이 이제 좀 보이는 것 같고요.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공개한 북한의 농업 및 식량 상황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북한의 식량 수요는 585~590만 톤으로 예측돼 적어도 100~120만 톤의 식량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자체의 능력으로 상업적 수입을 통해 부족량을 해소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또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받기에는 국제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아 올해에도 북한 내 식량 사정은 열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