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통일'개념을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한 가운데, 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 탈북민은 이를 남한을 봉쇄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국경을 개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통일이라는 개념을 제거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정의한 가운데, 통일·민족 지우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조직축소 및 폐지를 등의 관측이 나옵니다.
통전부에서 대남심리전을 담당했던 탈북민 장진성 작가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장진성 작가 :예전에 통미봉남이란 말이 있던 것처럼 이제는 통북봉남입니다. 남한을 주적으로 놓고 남쪽을 차단하고, 북쪽으로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개방이라고 해봤자 중국하고 러시아밖에 없잖아요. 아마 푸틴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해요.
현재 어려운 북한 내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장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한 돌파구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장 작가 :모든 공장이나 기업소들도 이제는 시장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옛날에 있던 국가 가격이라는 게 없어졌거든요. 시장을 살려야 되는데 문제는 이 시장에서 무역 권한과 도매권은 권력이 갖고, 주민들은 소매권하고 그 소비권만 가졌는데 이게 계속 핵에 묶여가지고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외화가 언제 들어올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상황이 안 풀리니) 평화적으로 하면 오히려 한류만 더 퍼트리기만 해서 한국과의 교류를 절단하고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개방을 하자는 것 같아요.
그는 김 총비서가 한국을 적대국가로 명시한만큼 통전부는 외무성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전부 내 관료들의 반발은 없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장 작가 :북한에는 개인이 생각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조직 생각대로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아마 외교부로 갈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은 이제 적대 국가 전혀 다른 국가기 때문에 외교부에서 취급을 하고 그렇게 할 거니까 그 사람들이 외교부 그쪽으로 가서 그 안에서 남북 간의 그런 것들을 좀 보겠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 철거된 위성사진 영상. 영상은 지난 19일과 23일 찍힌 사진을 영상으로 만든 것./Planet Labs
김 총비서의 발언 이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의 각종 코너 속에서 이전과 달리 한반도 지도에 북쪽만 발간색으로 표시됐습니다.
아울러 23일 김일성 주석의 통일 유훈을 기리기 위해 설립했던‘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한 위성 사진이 포착됐습니다.
‘통일’을 선대의 유훈으로 기리고 있는 북한에서 김 총비서가 이를 포기했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1991년 남북 간 체결된‘남북기본합의서’에선 평화통일의 원칙을 합의했고, 수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은‘통일’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대화는 단절됐고, 2020년 북한이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2년부터 전례 없는 수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가 한편, 이날에도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올해 벌써 6번째 도발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