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 일가를 위해 구입하는 사치품의 규모가 연간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일가가 집권 직후부터 최근까지 공개 활동 시에 고가의 옷, 시계, 펜, 가방 등을 노출하며 사치품 소비를 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 상당, 미화로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 상당의 김정은 일가 사치품을 해외에서 수시로 도입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정은 일가 관련 정보가 극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탈북민 증언과 정보 당국의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추정했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입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달 러시아 방문 당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IWC 제품인 것으로 추정되는 손목시계를 착용한 모습을 내보낸 바 있습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디올 제품인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사치품 조달 과정에 대해 이 당국자는 평양의 서기실 또는 최고위층이 구입할 사치품을 직접 선정하고 김정은의 재가를 거쳐 해외에 구매를 지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권력층의 사치품 반입 규모가 신형 코로나 시기 국경 봉쇄로 인해 일시 위축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되고 있다며 최근 국경 봉쇄 완화로 신의주 육로가 개방되면서 화물 열차와 차량을 이용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평가했습니다.
육로 이용이 제한적이었던 코로나 봉쇄 기간에는 화물선을 이용해 불법, 편법으로 물자를 은밀하게 선적 후 반입하는 방식으로 사치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각국에서 수집하고 구매한 고가의 사치품을 북중 접경지에 집하해 해상, 육로, 또는 항공편을 통해 운송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통치 이념으로 강조해온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치품 소비에 치중하고 있다며 북한 체제가 주장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8일부터 이틀 간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북러 간 경제 협력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다음 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식량 지원, 나진·하산 중심의 북러 경제물류 협력 등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보며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회의가 밀가루 등 식량 지원에 다소 도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북러 간 경제협력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동안의 북러 간 경제협력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못했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러 간 교역 규모도 축소됐으며 러시아는 90년대 이후 시장 자본주의에 적응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는 북러 장관급의 최고 경제협력 증진 협의체로서 지난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총 9차례 개최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지난 9월 타스 통신 보도를 통해 오는 11월 평양에서 10번째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19일 방북 중인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1시간 이상 대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김 위원장과 라브로프 장관의 면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접견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 연합뉴스는 이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락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