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시장 친화적 태도’로 전환...외부 정보도 빠르게 유입”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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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il_market_b 평양의 통일거리시장에서 시민들이 야채를 사고 있다.
ASSOCIATED PRESS

앵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에서 일어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빠르게 시장에 적응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꼽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일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변화를 분석하고 향후 행보를 전망했습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기에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눈에 띈다며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시장 친화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70~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비교할 때 현재 북한 주민들이 훨씬 역동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북한에서는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에 기존 체제가 완전히 무너져버렸어요. 그래서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선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기 때문에 엄청난 자생력을 갖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생명력을 갖고 살아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적극성이나 역동성, 시장 친화적 태도가 굉장히 발달돼 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7년간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보여 왔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이른 지난 2년 동안에도 눈에 띄는 침체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물가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장마당 등 주민들의 경제활동도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이 같은 안정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좀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선대의 유훈인 핵무기 보유를 포기할 수는 없을 거라며 미북 대화가 비핵화가 아닌 적당한 지점에서의 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일단 타협이 이뤄지면 국제사회의 제재로 침체돼 있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 경제가 시장화 쪽으로 변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소 국유기업의 사유화가 북한 내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시장경제는 정권 등 특수 기관이 지배하는 독과점형 시장경제라며 시장화의 진전이 체제 약화나 민생의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6년 동안 북한을 취재해 온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에 한국 등 외부의 정보가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중국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앞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세계에서 자신들의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지 객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대표: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 잘 산다는 걸 잘 압니다. 그리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보다 한국이 잘 산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활수준을 객관화시키고 세계에서 볼 때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자유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많은 정보 유입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이 지난 2017년 한국의 대통령 탄핵 소식을 접하면서 자신들이 지도자를 직접 뽑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는 등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2~2015년 북한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일한 얀 야노프스키 독일 외무부 한반도정책 과장은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야노프스키 과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인권을 비핵화 등 대북 안보정책과 결코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결코 김정은 위원장의 나라가 아니며 2천5백만 주민들의 나라라고 강조한 야노프스키 과장은 ‘인권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말을 소개하며 이 같은 입장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얀 야노프스키 독일 외무부 한반도정책 과장: 대북 안보정책과 인권정책을 같은 나라에서 계획하고 같은 목표를 두고 같은 대상으로 하는데 어떻게 그 방향이 다를 수가 있죠? 저는 정말 이해를 못했습니다. 너무나 많이 언급되는 말이지만, 너무나 맞는 말인 만큼 여기서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권 없이는 평화도 없을 것입니다. 인권이 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닙니다.

야노프스키 과장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면 바로 규탄한다는 것이 독일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주민이 탈북해 독일에 오기 전까지 어떤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난민신청 등 법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며 강제로 북송시키는 일도 없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탈북민들이 제3국에서 북송위기에 놓인다면 긴 정책적 논의는 미뤄두고 바로 독일 대사관에 불러들일 것이며 우방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주민의 인권보다 더 중요시한다면 실망을 금치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야노프스키 과장은 대북관계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면 북한과의 일부 사업이나 면담이 취소될 수 있겠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의 첫 번째 목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북한이 먼저 변해야 독일과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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