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배급 감자 직접 캐 돈 내고 사가라”
2023.09.26

앵커 : 주요 곡종이 감자인 북한 양강도, 양강도는 매년 수확철 쌀 대신 감자를 배급으로 주는데요. 올해는 감자 배급을 양곡판매소 가격으로 사라고 지시해 논란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각 수매양정성은 16일, 양강도 주민들에게 2개월분 배급에 해당하는 감자를 ‘양곡판매소’ 가격으로 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관기간이 짧은 감자를 주민들에게 떠밀 듯 배급하면서 이마저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해 불만이 높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배급 대상인 공장기업소 근로자, 사회보장 및 연로보장 대상자들에게 2개월치 감자를 배급하면서 양곡판매소 가격으로 돈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힘있는 공장기업소들은 감자 배급을 받지 않겠다며 버티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주 작물이 감자인 양강도는 감자 수확 이후 2개월에서 3개월 간 쌀 대신 감자를 배급합니다. 북한에서 감자는 식량이 아닌 남새(야채)로 구분하기 때문에 배급량은 쌀 무게의 4배로 계산합니다. 즉 성인 1인당 한 달 쌀 배급량이 13.5 킬로이니 감자로 배급할 때는 한 달 치가 그 4배인 54킬로입니다. 북한 당국이 배급한다고 밝힌 2달 치 감자 배급을 무게로 계산하면 108킬로이지만 실제 배급되는 양은 이것보다 약간 적습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협동농장에서 감자를 캐서 배급을 하는 것이 아닌 배급을 받는 사람이 직접 밭에 가서 감자를 캐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장마당에서 감자 1kg에 내화(북한돈) 1천원(0.06달러)인데 양곡판매소의 가격은 내화 500원(0.03달러)”이라며 “이마저도 이미 캐 놓은 감자를 주민들에게 팔아주는 것이 아니라 공장기업소별로 협동농장에 가서 감자를 캐어 사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도 그렇고 과거에도 배급된 감자를 밭에 가서 캤지만 양곡판매소 가격을 기준으로 돈을 내고 사가라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배경은 결국 국가가 배급에 드는 비용, 이동비나 관리비 등의 경제적 부담을 온전히 지지 않으려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배급 비용을 주민들에게 일부 부과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합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국가의 식량공급정책이 해마다 바뀌니 혼란을 피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배급으로 피하려는 감자를 올해는 량곡판매소 가격으로 받으라고 강제로 내려 먹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기관기업소마다 농촌에 내려가 직접 감자를 캐 돈을 지급하고 받아오라 하는데 그럴 거면 장마당에서 사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며 “장마당에서는 감자를 마음대로 고르고 값을 흥정할 수 있지만 협동농장 밭에서는 감자를 고를 수도, 값을 흥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주민들은 감자 배급을 받으면서 들어가는 이동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소식통은 “농촌까지 가서 감자를 실어오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하고, 자동차를 움직일 휘발유도 있어야 한다”며 “자동차를 한번 빌리려면 km당 내화 3천원(0.33달러)씩을 운임비로 주고, 이와는 별도로 km당 휘발유 1kg을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 20km떨어진 보천군 가림협동농장에서 감자를 실어오려면 자동차 운전수에게 운임으로 내화 6만원(6.5달러)을 주고, km당 내화 1만2천원(13달러)인 휘발유 20kg을 따로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렇다 보니 결국은 힘있는 공장기업소들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국가에서 공급하는 감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공장기업소들이 외면을 하니 이제는 시, 군 당위원회에서 이달 말로 시간까지 정해 놓고 억지로 감자를 실어다 먹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공장기업소들은 시, 군 당위원회 압력에 못 이겨 억지로 감자를 실어다 먹겠지만 힘없는 사회보장자나 연로보장자, 영예군인(상의군인)들은 돈도 없고 자동차도 없어 억지로 먹으라는 감자도 먹지 못한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장기업소는 공장기업소대로 사회보장자나 연로보장자들은 그들 대로 온갖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